(베비타(VeVita) 서동채 대표) 안개꽃을 든 소년, ‘피지컬 AI’의 날개를 달고 K-바이오헬스의 신대륙을 열다

147
(주)베비타 피지컬 AI 스마트팜 연구실에서 서동채박사(75)

베비타(VeVita) 서동채 대표의 ‘멈추지 않는 45년 혁신’

새해의 첫 월요일 (2026년 1월 5일), 세종특별자치시 (주)베비타 피지컬 AI 스마트팜 연구실을 찾았다. 세종시의 아침 공기는 칼끝처럼 예리했다. 대지는 하얗게 얼어붙었고 세상은 깊은 겨울잠에 빠진 듯하다. 그러나 (주)베비타의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계절의 시계는 거짓말처럼 봄으로 되돌려졌다. 싱그러운 초록의 향기, 생명을 품은 따스한 습기,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며 작물의 숨소리를 읽어내는 노신사의 정교한 손끝은 봄의 전령사처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 서동채(75) 대표가 서 있었다. 1980년, 황무지 같았던 한국 땅에 처음으로 ‘안개꽃’이라는 낭만을 심었던 청년. 그는 이제 백발의 노장이 되어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데이터가 춤추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최전선 지휘관으로 서 있다. 45년 전 꽃씨를 뿌리던 손으로 이제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메디푸드(Medical Food)’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시카고와 미 중서부를 넘어 전 세계 한인들에게 전하는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Vegetable Vital(식물의 생명력)’을 ‘Human Vital(인간의 생명력)’로 연결하려는 한 철학자의 거대한 실험이자, 멈추지 않는 혁신의 대서사시다.

야전 침대에서 싹틔운 ‘실천의 미학’ (Action in the Field)

우리가 사랑하는 안개꽃과 거베라. 하지만 1980년 이전 한국에는 이 꽃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서동채 박사는 그 시절, 모두가 불가능하다 여겼던 ‘종묘 국산화’에 인생을 걸었다. 그런데 이 무모한 도전의 뿌리는 뜻밖에도 1970년대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용산 미군 군사 지원단(JUSMAG-K)에서 통역장교로 복무할 때였습니다. 당시 주력기인 F4 팬텀 전투기 12대 중 4대가 부품 하나가 없어 20일째 날지 못하고 있었죠. 겁도 없이 미군 사령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한국은 준전시 국가다. 비축 물자를 내어달라.’ 놀랍게도 그날 바로 부품이 도착했고, 전투기가 다시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청년 서동채는 그때 깨달았다. 현장에서 부딪치고 요구하고 행동하면, 세상은 움직인다는 것을. 이 ‘글로벌 실천력’은 훗날 그가 네덜란드와 이스라엘, 일본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한국 농업의 지형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다.

오사카의 별, 일본을 분석하고 넘어서다 (Beyond Japan)

1990년 오사카 엑스포(꽃과 정원 박람회)는 그에게 단순한 박람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시장 조사’의 현장이었다. 6개월간 한국관에 상주하며 그는 일본 시장을 해부했다.

“접목 선인장 ‘태극정원’으로 최우수상을 받았고, 일본 왕세자가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저는 환호 속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왜 일본의 여름 토마토가 비싼지, 왜 그들이 한국의 고랭지 기후를 부러워하는지 데이터를 모았죠. 한반도의 큰 일교차와 겨울의 맑은 하늘이 만드는 ‘자연의 경쟁력’이 일본 시장을 뚫을 무기임을 확신했습니다.”

그는 화려한 조명 뒤에서 냉철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일본 농식품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그는 훗날 한국 스마트팜이 일본보다 10년을 앞서가게 만드는 초석을 다졌다.

눈 속에 핀 유리 성(城), 평창의 기적 (Miracle in the Snow)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강원도 평창에 유리온실이라니요.”

1991년 농촌진흥청 원예시험장에 한국 최초의 네덜란드식 유리온실(100평)을 기획한 그는, 이어 1992년 평창군에 50억 원 규모의 대형 스마트팜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주변의 우려는 컸지만, 그의 셈법은 정확했다.

“토마토는 25도의 서늘한 기후를 좋아합니다. 한국의 여름 평지는 너무 뜨겁지만, 해발 700미터 고랭지는 네덜란드와 같은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죠. 적설량 우려는 난방과 보온 설계라는 ‘기술’로 극복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여름철 국내 생산이 불가능해 항공 수입에 의존하던 토마토를 국산화했고, 나아가 일본 수출길까지 열었다. 시장(Market)과 기술(Tech), 그리고 입지(Location)가 만나는 지점을 정확히 타격한 ‘전략가 서동채’의 승리였다.

25,000평의 전설, K-스마트팜의 독립선언 (Independence of Tech)

혁신가는 멈추지 않는다. 1997년, 그는 구미원예수출단지에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25,000평 스마트팜을 조성하며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단순히 규모만 키운 것이 아니었다.

“네덜란드가 40년에 걸쳐 개발한 스마트팜 자재의 90%를 국산화했습니다. 일본이 고작 200평 규모 유리온실에 머물 때, 우리는 125배나 큰 벤로형 온실을 지어 운영 기술에서 일본을 10년 이상 앞서나갔죠.”

그는 일본 바이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했다. 네덜란드가 항공기로 실어 나르던 물량을 냉장 컨테이너 선박 수출로 대체하며 가격 경쟁력까지 거머쥐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농업이 기술 종속국에서 기술 선도국으로 탈바꿈하는 역사적인 ‘독립선언’이었다.

1980년, 한국 땅에 처음으로 ‘안개꽃’을 가져온 서동채박사(우)와 본지 특파원(좌)이 ‘메디푸드(Medical Food)’의 미래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혼의 반란, ‘피지컬 AI’로 다시 깨어나다 (Rebirth with AI)

평생을 현장에서 보낸 그에게 ‘은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2020년,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 그는 스타트업 ‘베비타(VeVita)’를 창업하며 벤처의 바다로 다시 뛰어들었다.

“안락한 노후 대신 다시 작업복을 입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후 위기’와 ‘고령화’라는 인류 공통의 난제 앞에서, 농업이 답을 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단순한 생산이 아닙니다. ‘피지컬 AI(Physical AI)’를 통해 식물의 생체 데이터를 인간의 건강 데이터와 연결하는 새로운 차원의 농업입니다.”

베비타의 핵심은 ‘Vegetable Vital(식물 대사)’과 ‘Human Vital(인체 대사)’의 연결이다. 센서와 로봇, AI가 식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어내 설포라판 같은 기능성 물질을 극대화하고, 이 작물을 섭취한 사람의 건강 데이터가 다시 농장의 재배 레시피로 환류되는 ‘바이오헬스 트윈팜’ 구조다.

도시의 농부들, 아파트가 병원이 되다 (City Farmers)

서 대표가 그리는 미래는 거창한 담론 속에 있지 않다. 그는 우리의 일상, 바로 아파트 단지를 주목한다.

“전 국민의 65%가 아파트에 삽니다. 저는 1,0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마다 ‘스마트팜 카페’를 짓는 꿈을 꿉니다. 그곳에서 주민들은 갓 수확한 기능성 채소를 먹고, 자신의 혈압과 스트레스 지수(HRV)를 측정합니다. 약을 먹기 전에 식단을 바꿔 병을 예방하는 ‘식생활 습관병 예방 운동’의 전초기지인 셈이죠.”

이는 단순한 농장이 아니라, ‘메디컬 푸드 투어리즘(Medical Food Tourism)’의 생활화다. 체험, 섭취, 치유가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 혁명적인 모델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령자 친화 기업’ 인증을 받으며 그 가치를 입증했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무거운 짐을 드는 대신 AGV 로봇과 협업하며 ‘돌봄’으로서의 농업을 실천한다. 일자리가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지며, 건강이 증진되는 ‘일석삼조’의 마법이 펼쳐지는 것이다.

로콜리 어린잎, 100세 시대의 백신 (Green Vaccine)

왜 하필 ‘브로콜리 어린잎’일까. 서 대표는 이 작은 잎사귀에서 100세 시대의 해답을 찾았다.

“브로콜리 어린잎의 설포라판 성분은 강력한 항암, 항노화 물질입니다. 5~7일이라는 짧은 재배 주기 덕분에 회전율이 높고, AI로 환경을 제어하면 기능성 성분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물과 토지를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확실한 ‘녹색 백신’을 제공하는 것이죠.”

그는 이것이 K-푸드의 새로운 수출 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신선 채소를 넘어 주스, 분말, 화장품 원료로 확장되는 ‘메디푸드’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시카고를 향한 제언, 그리고 영원한 청년의 꿈 (To Chicago)

인터뷰 말미, 그는 시카고와 미주 한인 사회를 향해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대도시일수록 신선 식품은 귀하고 만성질환의 위협은 큽니다. 시카고의 한인 교회나 커뮤니티 센터에 베비타의 도심형 스마트팜이 들어선다면 어떨까요? 고향의 맛을 넘어, 동포들의 건강을 지키는 ‘예방형 K-바이오헬스’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그는 애그테크(Ag-Tech) 창업을 꿈꾸는 한인 2세, 3세 청년들에게도 묵직한 조언을 남겼다. “실험실에 갇히지 마십시오. 시장의 언어로 기술을 설계하십시오. 미국의 자본과 한국의 피지컬 AI 기술이 만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검증 가능한 실험을 빠르게 반복하십시오. 그것이 청춘의 특권입니다.”

서동채의 계절은 언제나 ‘봄’이다

서동채 대표와의 긴 인터뷰를 마치고 연구실을 나서는 길, 세종시의 저녁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 있었다. 어둠이 채 대지를 덮기도 전, 짙푸른 초저녁 하늘 위로 유난히 밝은 샛별 하나가 성급하게 얼굴을 내밀고 반짝였다. 45년 전, 그가 한국 땅에 처음 가져와 뿌리내리게 했던 안개꽃의 꽃말은 ‘맑은 마음’과 ‘사랑의 성공’이다. 어쩌면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농업이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안개꽃 같은 ‘가능성’을 심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평창의 매서운 눈보라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때로는 오사카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이제는 ‘피지컬 AI’라는 디지털 토양 위에 묵묵히 미래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서동채 대표. 칠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내일은 더 재미있는 데이터가 나올 거야”라며 소년처럼 설레어하는 그의 눈빛에서, 나는 대한민국 농업의 늙지 않는 심장을, 그리고 식지 않는 열정을 보았다.

시카고를 비롯해 미주, 유럽, 아시아, 그리고 지구 반대편 남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각지에서 치열한 오늘을 살아내고 계신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혹시 지금 낯선 타향에서 뼛속까지 시린 겨울 같은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부디 기억하십시오. 가장 차가운 땅 깊은 곳에서 가장 뜨거운 봄을 준비하는 씨앗처럼, 여러분의 꿈도 지금 단단히 여물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한겨울 혹한 속에서도 베비타의 스마트팜이 싱그러운 초록을 잃지 않듯, 혁신을 멈추지 않고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봄’입니다. 서동채 대표가 쏘아 올린 ‘피지컬 AI K-바이오헬스’라는 희망의 화살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 5대양 6대주에 흩어진 동포 여러분의 식탁과 건강, 그리고 가슴에도 명중하여 따스한 봄기운으로 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 847.290.8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