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가면…’성범죄 온상’ 엡스타인 저택 사진·영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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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의 엡스타인 저택_AP 연합뉴스. 미하원감독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美하원 감독위 민주당이 공개…법무부 압박차원으로 해석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성범죄를 저지른 장소로 알려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의 실체가 사진과 영상으로 일부 공개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이 섬에 있는 엡스타인 저택의 사진 100여장과 영상 4편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버진아일랜드에 두 개의 섬을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하나인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은 엡스타인이 20년 가까이 거주한 곳이다.

피해자들은 이 곳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와 인신매매 등이 이뤄졌다고 고발해왔다.

사진과 영상은 버진아일랜드 법집행 당국이 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로 엡스타인이 교도소에서 숨진 이후인 2020년 촬영된 것들이다. 이전에는 공개된 적이 없는 자료들이다.

영상과 사진에는 수영장과 야자수가 있는 호화 리조트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사진 속 한 방에는 남성의 얼굴 모양을 한 마스크(가면) 10여개가 벽에 걸려있었고 유선전화에는 ‘대런’, ‘리치, ‘마이크’, ‘패트릭’, ‘래리’ 등의 이름이 적힌 단축다이얼이 표시돼있었다.

이 방은 치과 진료실로 개조된 것으로 보이는데 NYT는 엡스타인의 여자친구였던 카리나 슐리악이 치과의사였다고 전했다.

도서관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도 있었다.

이 방에는 네 개의 안락의자와 칠판이 있었고, 칠판에는 ‘권력'(power), ‘기만'(deception), ‘정치적'(political) 등의 단어가 적혀있었다.

칠판에 적힌 단어는 일부가 지워져 있었는데, 민주당 측은 주의 차원에서 여성의 이름 등을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이 자료들이 외딴섬에서의 엡스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해주며 법무부에 엡스타인 관련 자료 공개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개된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미 의회는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30일 안에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했고, 엡스타인 연루 의혹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적 압박 속에 서명했다,

다만 해당 법안은 법무부가 공개될 경우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 정보는 편집할 수 있도록 하는 만큼 민주당 의원들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제대로 된 공개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하원 감독위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캘리포니아)는 해당 사진들이 “충격적”(disturbing)이라며 “조사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엡스타인의 끔찍한 범죄의 전말을 규명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해당 사진들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가르시아 의원은 또 감독위가 JP모건과 도이체방크로부터 엡스타인의 금융기록을 입수했으며, 며칠 내 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반면 감독위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의제에 부합하는 문건들만 선택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만간 더 많은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주장했다.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교도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