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 있으면 부모초청도 위험?” 만성질환자 미국 비자 제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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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부모초청 준비자들 ‘비상’
▶가족 중 질환 있어도 심사 불리

미국 정부가 비만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진 외국인의 이민 비자 발급을 제한할 수 있는 새 지침을 내렸다.

CBS 방송은 6일, 미 국무부가 전 세계 대사관과 영사관에 비자 심사 강화를 지시하는 전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지침에는 신청자의 건강 상태와 나이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재정·의료체계에 부담이 될 경우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 조치로 비자 심사관은 결핵 등 전염병 여부 외에도 심혈관·호흡기·대사·신경계 질환, 암, 정신질환 등 폭넓은 항목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일부 질환은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고액 치료비가 발생할 수 있어 ‘공적 부담(public charge)’ 판단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입장이다.

‘공적 지원(public benefits)’은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현금 보조(SSI, TANF 등), 메디케이드 의료지원, 푸드스탬프(SNAP), 섹션8 주거보조 등 각종 복지 프로그램을 모두 포함한다. 이민 심사에서는 이러한 지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공적 부담’ 여부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비만과 천식, 수면 무호흡증, 고혈압처럼 비교적 흔한 질환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비자 신청자가 치료비를 스스로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미국 내에서 공적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도록 했다.

가족 구성원의 건강 역시 심사에 반영된다. 지침에는 신청자의 자녀나 노부모에게 장애나 만성질환이 있어 부양 부담이 큰 경우, 신청자가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검토하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부모초청 영주권 신청을 준비해온 시민권자들 사이에서도 “부모의 만성질환이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이민 절차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이민 신청자는 결핵 검사, 예방접종 기록 제출, 약물·알코올 사용 이력 고지 등이 의무지만, 만성질환을 비자 거부 사유에 포함시키는 것은 새로운 조치다. 이로 인해 심사 지연과 비자 발급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BS는 이번 지침을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강화된 반이민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정부는 공적 부담 기준을 확대 적용하며 불법 체류자 단속과 비자 제한을 강화한 바 있다.

다만 현실적 적용 가능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당뇨병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앓으며, 비만 역시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건강 문제다.

전문가들은 “비만과 만성질환은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 이민 자격 판단 기준으로 쓰기에는 형평성 논란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중보건 문제를 이민 통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기준이 모호할 경우 심사관의 재량에 따라 자의적 판단이 내려질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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