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 대출 연체, 팬데믹 이후 최고치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로 상환 부담 커져
미국 소비자들이 부채 상환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대출 연체율이 5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대출(Consumer Loan)’은 개인이 생활비·자동차·주택 구입·학자금 등 일상적인 지출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받는 대출을 말한다. 최근 물가 상승과 고금리 여파로 이러한 개인 대출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밴티지스코어(VantageScor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9월 기준 소비자 대출의 초기 연체율(30~59일 미납)은 1.13%로 8월의 1.02%에서 상승했다. 이는 2020년 1월의 1.15% 연체율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체율 상승이 미국 가계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라고 분석한다. 팬데믹 시기에는 경기 둔화로 소비가 줄고, 정부의 경기부양금이 지급되면서 대출 상환이 비교적 원활했다. 그러나 경기 부양책이 종료되고, 최근 관세 인상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면서 제때 상환이 어려운 가계가 늘고 있다.
밴티지스코어의 수전 파이 부대표는 “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신중해지고 있으며, 초기 연체율은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연체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9월 기준 90~119일 이상 연체된 주택담보대출은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며,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 신규 건수도 감소세다. 높은 금리와 주택·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인해 올해 초보다 신규 모기지와 자동차 대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상승 우려로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으나, 최근 고용시장 악화로 9월과 10월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이 대출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시기 일시적으로 안정됐던 가계 부채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며 “물가와 금리가 동반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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