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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February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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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없는 시카고의 도전, 솔저 필드에 세워진 스키 점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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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9월 시카고 솔저 필드에서 노르게 스키 클럽(Norge Ski Club) 주최로 열린 국제 스키 점프 선수권대회 모습. 사진제공=시카고 역사박물관

시카고 이색 겨울 스포츠 역사
1930~50년대 17층 인공 점프대

이탈리아에서 2026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가운데, 과거 시카고가 인공 구조물을 세워 스키 점프 경기를 개최했던 이색적인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시카고 역사박물관(Chicago History Museum)이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1930년대와 1950년대 시카고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솔저 필드(Soldier Field)에는 거대한 인공 스키 점프대가 설치돼 대규모 대회가 열렸다. 산악 지형이 전혀 없는 도시 환경 속에서도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열정이 인공 구조물로 구현된 셈이다.

1938년 2월 솔저 필드에서 열린 스키 점프 대회는 특히 이례적인 장면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시카고는 평년보다 온화한 겨울을 맞아 눈이 부족했고,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회에 사용된 눈은 미시간주 에스카나바(Escanaba)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 시카고 역사박물관이 소장한 사진에는 당시 스키 점퍼 요르겐 요한센(Jorgen Johansen)이 임시 점프대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1938년 2월 시카고 솔저 필드에 설치된 임시 스키 점프대에서 스키 점퍼 요르겐 요한센(Jorgen Johansen)이 도약하는 모습. 사진제공=시카고 역사박물관

시카고 스키 점프의 뿌리는 20세기 초 노르웨이 이민자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5년 설립된 노르게 스키 클럽(Norge Ski Club)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키 점프 단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클럽은 시카고 북서부 교외 폭스 리버 그로브(Fox River Grove)에 전용 점프대를 조성했으며, 해당 시설은 현재까지도 올림픽 선수 훈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노르게 스키 클럽은 솔저 필드에서 여러 차례 대회를 열었으며, 1954년 9월에는 ‘여름 스키 점프’ 대회를 개최했다. 당시에는 눈 대신 잘게 부순 얼음을 사용해 경기를 진행했으며, 지역 신문 광고에서는 이 구조물을 17층 높이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스키 언덕이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스키 점프 대회는 솔저 필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클럽 기록에 따르면 네이비 피어 일부를 임대해 점프 후 물 위로 착지하는 방식의 대회를 열었고, 험볼트 파크(Humboldt Park)와 리글리 필드(Wrigley Field) 역시 한때 스키 점프 경기장으로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이 없는 시카고에서 인공 구조물로 스키 점프의 꿈을 이뤄낸 이 시도는, 당시 시민들의 뜨거운 열정과 도전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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