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英 앤드루 왕자, 왕자 칭호 뺏기고 관저서도 퇴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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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앤드루 왕자_[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로…거주 비용 찰스 3세 개인 부담 예상
정치권 ‘왕위 계승 서열서 제외시키자’ 법 개정 요구 목소리

(서울·파리=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송진원 특파원 = 각종 추문에 휩싸여온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가 왕자 칭호를 박탈당하고 왕실 거주지에서도 나와야 하는 신세가 됐다.

30일(현지시간) BBC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버킹엄궁은 성명을 통해 찰스 3세가 “오늘 앤드루 왕자의 칭호와 지위, 훈장을 박탈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앤드루 왕자는 이제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로 불리게 된다. 로열 롯지(Royal Lodge)의 임대 계약 반납을 위한 공식 통지가 전달됐으며, 다른 사설 거주지로 이동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찰스 3세의 이번 결정은 즉시 시행되며, 관련 내용을 담은 왕실 문서가 법무장관에게 전달되면 앤드루 왕자의 공식 칭호가 박탈된다. 이번 조치로 앤드루 왕자의 왕자, 요크 공작, 인버네스 백작, 킬릴리 백작 작위와 가터 훈장, 로열 빅토리아 훈장이 박탈된다.

앤드루 왕자는 2003년부터 임대 계약을 맺고 거주해온 관저인 윈저성 인근 로열 롯지에서도 나가야 한다. 그는 샌드링엄의 사유지로 이주할 예정이며, 주거 비용은 찰스 3세가 개인적으로 부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앤드루 왕자의 두 딸인 유지니·비어트리스 공주는 왕실 칭호를 유지하게 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찰스 3세는 앤드루 왕자를 둘러싼 각종 추문이 이어지면서 영국 왕실의 권위가 크게 흔들리자 왕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는 미국의 억만장자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에 고용된 직원이었던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17세일 때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그는 2022년 주프레가 낸 민사소송에서 합의했지만,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고 계속 의혹을 부인해왔다.

앤드루 왕자는 2019년 왕실 업무에서 물러난 데 이어 2022년엔 군 관련 훈작과 ‘전하'(HRH) 호칭도 잃었다. 그러다가 최근 엡스타인과 관련한 추가 의혹이 드러나자 지난 17일 요크 공작을 포함한 왕실 작위와 칭호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출간 등으로 앤드루 왕자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고, 결국 찰스 3세가 중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영국 왕자의 칭호가 박탈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영국에선 1919년 어니스트 어거스터스 왕자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호칭을 박탈당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정치권에선 왕자 칭호 박탈에 이어 왕위 계승 서열에서도 앤드루 왕자를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앤드루 왕자는 왕위 계승 서열 8위다.

존 트리켓 노동당 의원은 텔레그래프에 “상상할 수 없는 가족적 비극이 발생할 경우 앤드루가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며 “영국 국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가 계승 서열에서 완전히 제외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소속 한 장관은 이 제안을 지지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절대 왕이 되지 않을 사람을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찰스 3세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앤드루 왕자를 왕위 계승 서열에서 제외하기 위한 법 개정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대변인은 “관련 법률 개정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의회 시간을 노동 계층의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의원들이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절차는 확립돼 있다. 이는 의원들과 국회의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왕자를 왕위 계승 서열에서 제외하려면 의회의 법안 통과와 함께 14개 영연방 국가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