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하원, 애플·구글에 “중국 소유 VPN 앱 삭제하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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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엘리자베스 워렌 민주당 상원의원_로이터

“수백만 미국인의 개인정보, 중국 정부에 노출될 수 있어”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애플과 구글에 대해 중국 소유의 가상사설망(VPN)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 앱이 중국 군부와 연계돼 있으며,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VPN은 ‘Virtual Private Network’의 약자로, 공공 네트워크(인터넷)를 통해 안전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즉, VPN을 사용하면 마치 개인 네트워크(사설망)에 연결된 것처럼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보호하며, 사용자의 IP 주소를 숨겨 익명성을 높일 수 있다.

에릭 슈미트 공화당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등은 지난 24일 자로 팀 쿡 애플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에게 서한을 보내, 일부 중국 VPN 앱이 중국 사이버 보안업체 치후360(Qihoo 360)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치후360은 중국 군사용 장비 조달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다.

의원들은 “이처럼 명백한 위험 신호와 관련 보고서가 3개월 넘게 공개됐음에도 애플과 구글은 여전히 중국 정부가 수백만 미국인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앱들을 허용하며 국가안보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4월에 비영리 조사단체 테크 트랜스퍼런시 프로젝트(Tech Transparency Project)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다.

이 단체는 6월에도 후속 보고서를 내고, 초기 보고서 이후 일부 앱이 삭제됐지만, 애플과 구글 앱스토어에는 여전히 치후360과 연관된 ‘터보 VPN(Turbo VPN)’과 ‘VPN 프록시 마스터(VPN Proxy Master)’가 남아 있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스냅 VPN(Snap VPN)’과 ‘시그널 시큐어 VPN(Signal Secure VPN)’도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13개의 중국 소유 VPN 앱이 확인됐다.

문제는 중국의 ‘국가정보법’과 ‘데이터보안법’ 등 관련 법률이,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민간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 사용자들이 중국 앱을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가 중국 당국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또한 “애플과 구글이 이들 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VPN 앱 내에는 인앱 결제 및 구독 기능이 포함돼 있어, 양사가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중국 인민해방군(PLA)에 의한 사이버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회사들이 PLA와 연결된 플랫폼을 미국 사이버 공간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운영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 연계 해커 그룹 린넨 타이푼(Linen Typhoon), 바이올렛 타이푼(Violet Typhoon), 그리고 중국 기반의 스톰2603(Storm-2603)이 셰어포인트 서버를 대상으로 한 공격에 연루됐다고 발표했다. 피해를 받은 기관은 40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은 “국가안보 차원을 넘어서, 이러한 앱의 존재는 애플과 구글이 그간 공들여 구축해온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허점은 귀사가 사용자와 공공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또, 테크 트랜스퍼런시 프로젝트가 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언급하며 “애플이 중국 정부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민감한 앱을 사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앱스토어에서 누락된 약 3,200개의 앱 중 3분의 1은 중국 정부가 검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인권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애플은 2024년 4월, 중국 인터넷 규제당국의 요청에 따라 메타(Meta) 소유의 왓츠앱(WhatsApp)과 스레즈(Threads) 앱을 중국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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