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런던서 휴대전화 8만대 도난…절도사건 70% 차지
고가에 중국·알제리에 팔려…”영국서 차단된 도난폰, 중국선 쉽게 사용”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영국 런던이 휴대전화 절도의 ‘성지’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에서 도난당한 휴대전화는 8만대에 달했다. 이는 2023년의 6만4천대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최근 몇 년간 런던에서 발생한 전체 범죄 건수는 감소했지만, 스마트폰 절도는 오히려 증가해 지난해 도난 사건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휴대전화 절도가 이처럼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은 긴축정책이 경찰 수사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산 삭감으로 인력이 줄어들면서 영국 경찰은 범인을 잡기 어려운 경범죄 수사는 최소화하고 심각한 폭력이나 성범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8년 등장한 전기자전거도 절도범들의 도주를 도왔다. 절도범들은 얼굴을 가리는 복면과 모자를 쓰고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재빠르게 낚아채 도망갔다. 대담한 절도 행각이 늘면서 런던은 유럽의 범죄 수도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경찰은 당초 이런 스마트폰 절도가 급전을 노린 삼류도둑의 소행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한 여성이 ‘내 아이폰 찾기’ 기능을 사용해 도난당한 자신의 스마트폰 추적해내면서 흥미로운 단서가 포착됐다. 이 여성이 도둑맞은 전화기는 히스로 공항 인근 창고에서 발견됐는데 경찰은 이곳에서 도난당한 아이폰 1천여대를 무더기로 찾아냈다. 이 아이폰은 홍콩행 상자 안에 배터리로 표시돼 숨겨져 있었다.
런던 경찰청의 마크 개빈 형사는 “휴대전화 절도가 질 낮은 길거리 범죄가 아니라 산업화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후 총기·마약 전문 수사팀까지 총동원해 휴대전화 절도범을 쫓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훔친 휴대전화 4만대가량을 중국으로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30대 남성 두 명의 신원을 파악해 체포했는데, 이들은 알루미늄 포일로 휴대전화를 감싸 추적을 차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훔친 스마트폰의 일부는 영국 내에서 판매됐지만 대부분 중국과 알제리로 보내졌다. 특히 중국에서는 최신 기종이 무려 5천달러(약 700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많은 통신사들이 도난 기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국제 블랙리스트 제도에 가입돼있지 않기 때문에 훔친 휴대전화 사용이 더 쉽다고 지적한다. 옥스퍼드대에서 사이버보안을 연구하는 조스 라이트 교수는 “영국에서 차단된 도난 아이폰을 중국에서는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