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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rch 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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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못 받은 입양인 20만명 추방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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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이 미네소타주에서 단속 작전을 벌이는 모습. [로이터]

무국적 입양인 실태
▶ 한국 출신도 1만7,500여명 미네소타주에 다수 거주
▶ “ICE 단속 불안감 증폭”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입양돼 미국에서 성장했지만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이들이 최대 2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이 구금이나 추방 위험에 놓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의 온라인매체 더 인디펜던트는 최근 이 같은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이민 단속 강화 속에서 국제 입양인들이 가장 취약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해외 출생 아동은 50만 명 이상이지만, 일부 양부모가 시민권 취득 절차를 완료하지 않으면서 상당수가 법적 신분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미국에서 평생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외국인’ 신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기조 속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보고서는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들이 단속 과정에서 구금되거나 추방 절차에 넘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본인이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조차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네소타주의 가정법 변호사 모니카 두너 린드그렌은 “대부분 이민자들은 처음부터 신분 문제를 인식하지만, 입양인들은 그렇지 않다”며 “많은 이들이 이제서야 자신의 법적 지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에는 제도적 공백이 자리하고 있다. 2001년 제정된 시민권 관련 법은 18세 미만 입양 아동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했지만, 당시 이미 성인이었던 수만 명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많은 입양인들이 제도 밖에 남겨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은 한인 입양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재외동포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현재 미국 내 시민권이 없는 한인 입양인은 약 1만7,547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초당적 법안인 ‘입양인 및 미국 가족 보호법’이 연방 하원에 발의됐지만, 실제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당 법안은 모든 해외 입양인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장에서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입양인 권익단체 관계자들은 일부 입양인들이 시민권 신청이나 영주권 갱신조차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청 과정에서 오히려 당국의 주목을 받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 문제를 넘어 인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사회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은 입양인들이 하루아침에 ‘불법 체류자’로 분류될 수 있는 현실은 제도적 허점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