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서 만나는 한국의 봄…권향숙 작가 ‘봄날 닥종이 인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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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문화원서 5월 2일부터 13일까지

한국의 따뜻한 ‘봄날’을 닮은 닥종이 인형들이 찾아온다.
권향숙(Agnes Kwon) 작가의 개인전 ‘봄날, 닥종이 인형전’이 5월 2일부터 13일까지 시카고 한인문화원(9925 Capitol Dr.Wheeling, IL) 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매주 일요일은 휴관.
이번 전시는 어머니날(Mother’s Day)을 맞아 특별히 기획된 자리로, 전통 한지를 재료로 만든 닥종이 인형 65점이 전시된다. 각 인형은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한국의 전통 풍경과 서정적이고 토속적인 장면들을 섬세하게 재현했다. 관람객에게는 한국 고유의 따뜻한 정서를 전한다.
닥종이 인형을 만들기 위해 한지를 한 겹 한 겹 손으로 덧붙이는 작업을 반복한다.
권 작가는 “한지를 한 장 붙이고, 마르면 또 한 장을 덧붙이는 식으로 인형의 살결과 표정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1~3주에서 길게는 한 달이 걸리며, 이번 전시에 출품된 65점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무려 2년이 소요됐다.
가족의 사랑과 응원이 있었기에 65점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권 작가는 “이번 전시회의 숨은 공신은 딸들”이라고 전했다. 권 작가는 “미대 출신 딸들이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다”며, “이번 전시의 모티브는 한국 전래동화인데, 딸들이 한국 동화를 읽으며 재미있는 장면들을 찾아서 만들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작업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도 함께 나눴다”고 말했다.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에 힘든 점도 있었다. 닥종이 인형 제작에 필요한 재료 구입이 쉽지 않았던 것. 현지에서는 닥종이 제작에 적합한 한지를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딸들이 나서서 아마존이나 중국 사이트 등에서 적합한 한지들을 찾아 주문을 도왔다.
권 작가는 “한지 가격이 만만치 않아 딸들이 주문할때마다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엄마에게 주는 스칼라십이니까 마음껏 작품을 만드세요’라고 말해줘 정말 감동이었다”며 “이번 전시는 딸들에게 바치는 엄마의 마음”이라고 귀띔했다.
전직 물리치료사였던 권향숙 작가는 조금 이른 은퇴 후, 오랜 꿈이던 미술 활동에 몰두했다.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1999년부터다. 당시에는 주로 지점토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고, 1999년에는 포스터 은행(Foster Bank)과 필드 박물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지점토는 잘 깨지고 보관이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그러다 3년 전부터는 그런 단점이 없는 닥종이 인형에 매료돼 새로운 작품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작품 제작 초기에는 하루 17~18시간씩 인형을 만들 만큼 열정을 쏟았다는 권 작가. 그녀의 작품에는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한 세대 여성의 삶과 가족을 향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봄날(Spring Day)’. 이민 1세대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자녀들에게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공식 오프닝 리셉션은 5월 3일(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열리며, 이 자리를 통해 권 작가와 직접 소통하고 작품에 얽힌 따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문의: 847-947-4460
웹사이트: kccoc.org
<윤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