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물류망 흔드는 美 관세폭탄… 韓 기업 “생산·수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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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는 미국 내 7대 철도망이 모두 교차하는 유일한 도시로, 철도뿐만이 아닌 도로, 항공, 수로 등 내륙운송 시스템이 결합된 물류의 중심지다. 시카고를 경유하는 화물 물동량은 미국 전체 육상 물류의 약 25%에 달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中 최대 245% 관세에 OEM 의존 기업 ‘직격탄’
한국 기업들도 피해 속출… K-브랜드엔 ‘기회’
프리미엄 전략과 유통망 다변화가 해법

미국 육상 물류의 심장부로 불리는 시카고가 관세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서부를 중심으로 경제적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국 유통의 관문이자 핵심 물류 허브인 시카고를 중심으로 물류 혼란이 커지며, 이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해 온 한국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 전국 유통 교차로 ‘시카고’… 공급망 혼란 현실화

시카고는 미국 내 7대 철도망이 모두 교차하는 유일한 도시이자, 철도와 도로, 항공, 수로 등 내륙운송 시스템이 결합된 물류의 중심지다. 시카고를 경유하는 화물 물동량은 미국 전체 육상 물류의 약 25%에 달한다.
졸리엣(Joliet), 록포드(Rockford) 등 인근 지역에는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물류센터가 밀집해 있기에, 이 지역의 물류 흐름이 차단되면 미국 전역에 연쇄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컨테이너 수입이 급감하면서 물류단지 내에서도 트래픽 이상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컨테이너 예약 감소, 통관 지연 등이 현실화되며, 시카고를 거점으로 삼은 한국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납기 지연과 유통 차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카고 무역관(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조민주 과장은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관세 여파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며 “특히 부품 및 장비 업체의 경우, 기존 바이어들과의 계약을 재협상하거나 거래가 취소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초저가 플랫폼 ‘흔들’, 한국 기업에도 ‘불똥’

중국 의존도가 높은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주문자위탁생산) 기반 제품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아마존과 이베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쉬인(Shein), 테무(Temu), 알리(AliExpress) 등 초저가 유통 플랫폼들도 일부 품목에 대해 판매 중단 및 가격 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생산·수출해 온 한국 업체들도 연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의류, 생활소비재, 전자기기 액세서리 등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품목군에서는 중국발 물량 감소로 인해 컨테이너 확보가 어려워지고, 운송비 상승까지 겹치며 수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시카고를 거점으로 유통되는 중소기업 제품들의 경우, 물류 지연과 계약 파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K-브랜드’에는 오히려 기회…전략 전환 시급

시카고에 본사를 둔 무역전문컨설팅사 ‘리걸 파워 컨설팅(Legal Power Consulting Inc)’의 데이빗 윤 대표는 이번 무역 환경 변화가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한국이나 캐나다처럼 고비용 구조를 가진 제조국의 기업들은, 인건비와 생산비 부담으로 수출 마진율이 원래부터 높지는 않았다”며 “고관세로 인한 타격은 분명하지만, 중국 및 일부 저개발국의 덤핑 수출이 차단되면서 저가 경쟁자가 사라진 것은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는 저가 전략보다 품질과 신뢰를 앞세운 프리미엄 포지셔닝이 중요한 시대”라며 “현지 유통망을 다변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이 한국 기업의 글로벌 생존력을 높일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 무역관의 조 과장도 “무역 환경의 급변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유연하고 기민하게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며 “무역관에서는 피해 기업을 위한 긴급 컨설팅과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무역관은 오는 5월 7일(수) 시카고 컨티넨탈 타워에서 ‘코트라 미국 경제 동향 세미나’를 열고 대외 통상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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