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알링턴 하이츠 프로젝트
인디애나 ‘파격 조건’으로 유치 본격화
100년 넘게 시카고를 상징해 온 NFL 명문 구단 시카고 베어스가 일리노이를 떠나 인디애나로 연고지를 옮길 가능성이 제기되며 지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시카고 베어스’ 이름은 그대로지만 다른 주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일리노이주 의회가 핵심 법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서 촉발됐다. 2월 18일로 예정됐던 ‘메가 프로젝트(Mega Project) 법안’ 공청회가 돌연 취소되면서 알링턴 하이츠 스타디움 건설 계획이 사실상 멈춰 섰다.
해당 법안은 새 경기장 부지에 대해 최대 40년간 재산세를 동결하고 장기적 세금 안정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구단 측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정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구단은 2023년 알링턴 파크 부지(326에이커)를 1억 9,700만 달러에 매입하고 약 50억 달러 규모의 스타디움 개발 계획을 준비해 왔지만, 일리노이 측 협상 지연으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일리노이가 주춤하는 사이 인디애나주가 파격적인 유치 공세를 펼쳤다. 인디애나 하원은 2월 19일 오전 시카고 접경 햄몬드(Wolf Lake 인근)를 스타디움 후보지로 확정하고, 전담 관리 기관을 설립하는 상원 법안(SB 27)을 찬성 24표, 반대 0표로 가결했다. 인디애나주는 시카고권의 지리적 장점을 살리면서도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햄몬드는 시카고 중심부에서 약 19마일 거리에 있으며, 통근 철도인 사우스 쇼어 라인과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인디애나 측이 제시한 주요 조건은 ▲노스웨스트 인디애나 경기장 전담 관리청 설립 ▲35년 이상 장기 임대와 운영 수익 구단 귀속 ▲도로·전력·상수도 등 기반 시설 개선을 위한 8억 5천만 달러 규모 주 정부 지원 ▲임대 종료 후 1달러에 경기장 소유권 이전 옵션 등이 담겨 있다.
구단은 성명을 통해 “SB 27 법안 통과는 지금까지의 스타디움 계획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햄몬드 지역 실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는 연고지 이전을 확정이 아니며, 현재까지는 검토 단계에 해당한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8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인프라 지원 패키지를 제안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주도권은 인디애나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어스는 현재 솔저 필드(Soldier Field)와 2033년까지 임대 계약이 돼있으나, 2029년 시즌 이후 약 5,500만 달러의 위약금만 지불하면 언제든 연고지를 옮길 수 있다.
1921년 창단 이후 시카고와 함께한 역사적 팀이 주 경계를 넘을 수 있다는 소식에 팬들은 분노와 아쉬움을 쏟아내고 있다. NFL 본사와 지역 경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향후 몇 주간 진행될 추가 협상이 베어스의 향후 100년 운명을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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