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브룩·글랜뷰·나일스 등 한인 밀집지역 단속 강화
최근 일리노이 북부 한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시카고 한인사회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노스브룩, 글랜뷰, 나일스 등 주요 한인 거주지에서 연이은 검문과 불시 단속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주민이 체포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제보에 따르면, 노스브룩 ‘살렘 워크(Salem Walk)’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번 주 초부터 연속적인 ICE 단속이 진행됐다. 560세대 규모의 이 단지에는 한인을 포함한 다양한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5일 단속 현장을 목격한 주민 김진주(가명) 씨는 “설거지를 하다 창밖을 보니 한 아시안 여성이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집으로 달아났고, 이를 따라온 무장 요원들이 건물로 들어가 곧바로 체포했다”며 “이어 모녀가 함께 연행됐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전날 아침에는 출근길에 단지 입구에서 차량을 검문했고, 여섯 명가량이 연행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살렘 워크 단지에는 최근 모든 유닛 문에 영어와 한국어로 된 ‘이민자 및 난민 권리 안내문(Know Your Rights)’이 부착됐다. 안내문은 일리노이 이민자·난민연합(ICIRR)에서 배포한 것으로, 단속 시 묵비권 유지, 영장 없는 가택 진입 거부, 변호사 접견 요구 등 기본 권리를 안내하고 있다.
한편 지난주에는 나일스 H마트 인근 제과점 앞에서도 ICE 단속이 목격됐다. 현장 목격자는 “요원들이 한 차량을 세우고 운전자의 신분을 확인했으며, 신분증을 소지한 한인은 조회 후 아무 문제 없이 통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속을 당한 다른 한인 영주권자는 영주권 카드 등의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 약 130달러 벌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한인사회에서는 비자나 신분에 상관없이 무차별 단속이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 단체 및 기관들도 지원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카고한인회 허재은 회장은 “한인회에서도 총영사관, 하나센터와 함께 긴급 대책을 논의했다”며 “한인 리더십 네트워크를 통해 긴급 정보를 신속히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어 “어려운 시기에 협력해 위기를 함께 극복하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에는 어린 자녀를 둔 부부가 단속으로 체포된 사례가 있었다. 하나센터 최현주 선생은 “응급 상황에 대비해 자녀를 맡길 장소를 미리 지정하고, 집이나 차량을 관리할 가족·지인에게 위임장을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카고 총영사관 여태수 영사는 “체포 시 건강상 문제나 긴급 상황 발생 시 영사관에 연락할 수 있으며,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미국 당국은 대한민국 국민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총영사관에 통보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여 영사는 또한 “체류 자격 문제에 대한 법적 지원은 할 수 없지만, 긴급 의료 지원과 가족 연락 등 기본적 도움을 제공한다”며 “법률 문제는 꼭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고, 미리 하나센터나 한인회 등 주요 연락처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시카고 총영사관 312-822-9485, 312-405-4425
하나센터 웹사이트: hanacenter.org
시카고 한인회 773-878-1900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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