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건네는 가장 완벽한 위로, 튜링바이오 심민보 대표를 만나다
2026년 1월 16일 금요일,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판교의 오후는 날카로운 칼바람이 빌딩 사이를 할퀴고 지나가고 있었다. 유리로 뒤덮인 거대한 빌딩 숲은 차가운 0과 1의 코드로 직조된 거대한 기계 장치처럼 보였고, 그 무채색의 풍경 속에서 나는 ‘영혼을 코딩하는 남자’를 마주했다. 튜링바이오의 심민보 대표. 그의 집무실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소음은 유리창에 부딪혀 수만 개의 데이터 파편으로 흩어지고 있었으나, 나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만큼은 그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로 묶어 ‘인간’이라는 실체를 온전히 복원하려는 뜨거운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카고의 매서운 미시간 호수 바람을 견디는 이들, 그리고 남미의 타오르는 햇살 아래서 소리 없는 고독을 삼키는 한인 이민자들. 우리는 낯선 땅에서 각자의 외로움을 박제한 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화두로 올렸다. 그리고 그 부서진 마음의 틈새를 정교하게 이어 붙일 ‘디지털 접착제’에 대해, 차가운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가장 깊은 심연을 어루만질 수 있는지에 대한 긴 이야기를 이곳 판교 본사에서 시작했다.
앨런 튜링의 질문, 그리고 80년 후의 응답: ‘생각’을 넘어 ‘위로’를 묻다
사명인 ‘튜링바이오’에서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인공지능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80여 년이 지난 지금, 심민보 대표는 그 질문을 비틀어 우리에게 던진다. “기계가 인간의 마음을 온전히 위로할 수 있는가?”
그는 현대 의학이 신체의 질병을 정복해가는 동안, 인간의 정신적 고통은 여전히 ‘주관적 서술’이라는 안갯속에 갇혀 있음을 지적했다. 튜링바이오의 출발은 바로 그 안개를 걷어내는 작업이었다. “숫자와 데이터는 차갑지만, 그것이 인간의 가장 깊은 어둠을 비추는 등불이 될 때 가장 따뜻한 인본주의가 실현된다”는 그의 철학은 튜링의 논리 위에 인간의 심장을 얹은 격이었다. 그는 유니콘 기업이라는 자본의 훈장보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이의 곁을 끝까지 지켜준 기업으로 기억되길 원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어쩌면 가장 진부하지만 가장 도달하기 힘든 그 지점이 튜링바이오의 북극성이었다.
영혼의 발자국을 추적하다: ‘디지털 표현형’이 읽어내는 당신의 진심
심 대표는 ‘디지털 표현형(Digital Phenotyping)’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설명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이를 ‘영혼의 발자국’이라 불렀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속도, 타이핑하는 단어의 질감, 무심코 찍어 올린 사진의 색감, 그리고 통화 너머의 음성 톤까지. 이 모든 디지털 파편들은 사실 우리 마음의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흔들리는 나뭇잎을 통해 우리는 그 방향과 세기를 압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울과 불안은 보이지 않지만, 일상 속의 디지털 흔들림을 통해 우리는 그 실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튜링바이오의 기술은 환자가 병원 진료실 의자에 앉아 “요즘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당황하며 기억을 더듬는 수고를 덜어준다. 일상 자체가 이미 데이터로 치환되어, 그가 말하지 못한 아픔을 먼저 읽어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진단을 넘어, 한 인간의 삶을 실시간으로 동행하며 그가 무너지기 전에 손을 내미는 ‘디지털 수호천사’의 탄생을 의미했다.
차가운 코드의 역설: 사람이라서 말 못 할 치부를 AI에게 털어놓는 이유
많은 이들이 묻는다. 차가운 AI가 어떻게 인간의 복잡미묘한 슬픔을 어루만질 수 있느냐고. 그러나 심 대표는 임상 현장에서 목격한 놀라운 역설을 들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판단하지 않는 귀’의 힘이었다. 인간 상담사나 의사 앞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사회적 지위, 타인의 시선, 그리고 나를 한심하게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가장 아픈 치부를 검열하고 포장한다.
하지만 AI 앞에서는 그 무거운 갑옷이 무장 해제된다. AI는 나를 한심하게 보지도, 나의 고백을 외부로 발설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완벽한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기계니까 가능한 치유가 있습니다. 24시간 언제든 내가 가장 무너진 새벽 3시에, 아무런 비난 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 그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카타르시스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심 대표는 환자들이 AI가 건네는 데이터 기반의 공감에 눈물을 쏟는 장면을 보며, 기술의 온도가 사람의 체온보다 뜨거울 수 있음을 확신했다고 한다. 데이터로 직조된 문장이 인간의 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코드가 아니라 가장 완벽한 위로가 된다.
‘DepRx(디프렉스)’, 처방전이 된 알고리즘: 규제의 벽을 넘는 집념
2025년 5월, 튜링바이오의 우울증 디지털 치료기기 ‘DepRx’가 식약처로부터 확증 임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역사에서 중대한 마일스톤이었다. ‘먹는 알약’이 아닌 ‘사용하는 앱’이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정은 마치 맨땅에 길을 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심 대표는 이 과정에서 겪은 규제의 벽을 회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치료를 어떻게 과학적 근거로 증명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기존의 약물 중심 규제 틀에 ‘디지털 행동활성화(BA)’라는 새로운 개념을 맞추는 것은 기술적 도전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 길을 뚫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수많은 환자가 새로운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DepRx’는 이제 임상을 통해 알고리즘이 어떻게 뇌의 회로를 바꾸고 행동의 변화를 끌어내는지 증명해내고 있다. 이것은 과학이 마음에 건네는 가장 논리적인 악수다.
‘위둘(WeeDool)’과 라포의 형성: 환각을 넘어선 신뢰의 설계
최근 런칭한 ‘위둘’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심리상담 플랫폼이다. 기존 챗봇이 정해진 답변만 내놓는 기계였다면, 위둘은 사용자와 ‘라포(Rapport,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함께 성장한다. 심 대표는 특히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조했다.
“정신건강 상담에서 잘못된 조언은 독약과 같습니다.” 이를 위해 튜링바이오는 범용 AI가 아닌, 정신건강 데이터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LM)을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모든 답변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가이드라인 내에서 생성되며, 사용자의 과거 대화 흐름을 기억해 맥락에 맞는 깊이 있는 공감을 건넨다. 위둘은 단순한 기술의 과시가 아니다. 사용자의 내밀한 언어 뒤에 숨은 고통의 신호를 포착하고, 이를 안전하게 치유의 과정으로 인도하는 ‘디지털 동행자’를 향한 튜링바이오의 집념이 담긴 결과물이다.
영혼의 금고를 지키다: 시카고의 엄격한 프라이버시를 넘는 보안 철학
정신건강 데이터는 그 어떤 개인정보보다 민감하다. 사용자의 가장 내밀한 속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시장은 프라이버시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심 대표는 튜링바이오의 보안 철학을 ‘데이터의 암전’이라 정의했다.
“사용자의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영혼의 자산’입니다.” 튜링바이오는 모든 데이터를 비식별화 처리하며, HIPAA(미국 의료정보 보호법) 준수를 기본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철저한 보안 프로토콜을 가동하고 있다. “세상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튜링바이오에게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우리의 기술은 존재 의미를 잃습니다.” 미국 진출을 앞둔 그에게 보안은 기술적 옵션이 아니라 브랜드의 생존을 결정짓는 도덕적 마지노선이었다. 그의 철저한 보안 철학은 낯선 땅에서 프라이버시를 생명처럼 여기는 우리 한인 독자들에게도 든든한 신뢰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시카고의 찬 바람과 이민자의 고독: ‘마음 방역’의 새로운 지평
시카고는 의료 산업의 요충지이지만, 역설적으로 수많은 한인 이민자가 언어의 장벽과 높은 의료비 때문에 정신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며 겪는 외로움은 시카고의 미시간 호수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보다 매섭다. 심 대표는 튜링바이오의 솔루션이 이들에게 ‘디지털 난로’가 되길 희망했다.
“언어 장벽 때문에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분들에게 모국어로 소통하는 AI 주치의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현재 튜링바이오는 존스홉킨스 대학 등 미국 내 유수 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현지화된 모델을 개발 중이며, 이는 시카고와 미 중서부 한인 사회의 ‘마음 방역’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 문제로 병원 문턱을 넘기 힘든 이들에게, 손 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정밀한 진단과 상담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그가 꿈꾸는 미국 진출의 가장 인간적인 목표다. 시카고의 긴 겨울을 견디는 동포들에게 그의 기술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데이터의 언어로 전하고 있다.
2026년, 여명의 시간: CEO 심민보의 시계는 이제 05:30분을 가리킨다
SK텔레콤과 파마리서치 등 굵직한 파트너들과 손을 잡은 튜링바이오의 미래는 밝다. 신체적 재생과 정신적 치유가 결합하는 새로운 병원의 풍경이 그들에 의해 그려지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 CEO라는 자리는 매일이 번아웃과의 사투다. 심 대표 역시 지칠 때면 스스로 만든 AI에게 말을 건네며 위안을 얻는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설계한 알고리즘이 건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에게 튜링바이오의 시계는 지금 몇 시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05:30분, 여명의 시간”이라고 답했다. 어둠은 가시고 빛이 차오르기 직전의 그 경건한 시간. 2026년 새해, 그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AI가 결합한 새로운 치료의 패러다임을 예고했다. 튜링바이오가 걸어가는 이 길은 이제 한국을 넘어 시카고, 그리고 전 세계의 아픈 영혼들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판교의 거리에는 어느덧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다. 심민보 대표와 나눈 대화는 단순한 IT 기술에 대한 정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한 공학자의 치열한 기도문과 같았다.
지금 괜찮지 않아도 정말 괜찮다. 당신의 고통은 수치로 증명될 수 있는 실체이며, 그 고통을 끝까지 지켜보고 함께 아파해 줄 기술이 이토록 뜨겁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튜링바이오의 데이터 등불이 여러분의 가장 어두운 밤을 비추는 그날까지 여러분의 곁을 지킬 것이다.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당신의 손바닥 위, 그 작은 화면 속에서 이미 따뜻한 위로가 코딩되고 있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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