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밀레니엄 파크는 예술과 자연, 그리고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적인 명소다. 이곳의 상징물인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와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는 시카고를 대표하는 야외 설치미술 작품으로,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두 작품은 도시 공간 속에서 예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시카고가 ‘거리의 미술관’으로 불리게 한 주역이 됐다.
<클라우드 게이트 Cloud Gate>
거울처럼 반짝이는 표면에 시카고의 풍경이 그대로 비치는 이 작품은 콩(The Bean)을 닮은 형태 덕분에 시민들에게 ‘더 빈’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처음엔 작가가 이 별칭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지금은 스스로 ‘더 빈’이라 부르며 애정을 보인다.
클라우드 게이트는 제목처럼 하늘과 관람객 사이의 공간을 연결하는 문을 상징한다. 반짝이는 독특한 형태의 완만한 곡선 표면의 4분의 3은 하늘을 비춘다. 그 아래에는 시카고의 스카이라인과 수많은 시민의 모습이 반사된다. 보는 각도와 시간, 계절에 따라 작품은 끊임없이 변한다.
시카고의 자랑거리가 된 작품은 공모전을 통해 최종 선정됐다. 인도 출신의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1954-)의 작품으로, 미국에서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제작비는 2006년 기준 2,300만 달러로, 전액이 개인과 기업의 후원금으로 충당됐다.
카푸어는 액체 수은의 부드럽고 유연한 형태에서 영감을 얻었다. 총 168장의 스테인리스 강판을 용접해 만든 이 작품은 무게가 110톤에 달하며, 용접선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이음새가 보이지 않는 매끄러운 거울 표면을 완성했다.
이외에도 야외 설치물로서 시카고의 혹독한 기후를 견딜 수 있을지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작품의 하단부는 3.7m 높이의 통로처럼 열려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 위를 올려다보면 오목한 ‘옴파로스(Omphalos, 배꼽·사진)’ 공간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반사된 이미지가 겹치고 왜곡되며,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관람객은 자신의 모습이 작품 속 풍경과 뒤섞이는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표면은 늘 거울처럼 선명하게 관람객을 비춰 준다. 공원은 매일 두 번 손으로 1.8m 아래를 닦아 주고, 일 년에 두 번은 전체를 액체 세제로 세척해 항상 매끈함을 유지한다. 작품은 1,000년 이상 버틸 것으로 확신한다.
<크라운 분수 Crown Fountain>
클라우드 게이트 옆 <크라운 분수> 또한 공원을 빛내는 명소이다. 한여름 이곳은 시카고의 더운 날씨를 식혀주는 워터파크의 역할을 한다.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이고, 시민들에게는 더위를 피하는 휴식처이다. 그래서인지 언뜻 보면 단순한 분수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크라운 분수 또한 물을 주제로 한 공원 작품 공모전 당선작이다. 스페인 출신 미술가 하우메 플렌자(Jaume Plensa, 1955-)의 설치 작품으로, 후원자인 크라운 가족의 이름에서 따왔다. 검은 화강암 바닥 위에는 마주 보는 두 개의 투명한 유리 벽돌탑이 서 있다. 탑의 높이는 각각 15m이며, 화면에는 다양한 인물의 얼굴이 번갈아 등장한다.
물은 5월부터 10월까지 흐른다. 탑 전체에는 간헐적으로 물이 쏟아지며, 각 탑 앞면의 삐죽하게 튀어나온 노즐에서도 물줄기가 나온다. 노즐은 비디오 화면 속 인물의 입 부분에 맞춰져 있어, 마치 입에서 물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대략 5분마다 물이 나오도록 타이머가 설치돼 있다. 이 모양은 중세 고딕 건축의 그로테스크한 홈통 주둥이, 가고일(Gargoyle)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플렌자는 ‘이원론, 빛과 물’이라는 주제를 비디오 기술로 확장하여 예술작품으로 접목시켰다. 그 결과 두 분수의 화면 속 인물은 서로 마주 보며 대화를 하는 듯하다. 무작위로 보이는 인물은 천여 명의 시카고 시민 비디오 클립이다. 공원은 75개의 시카고 단체에 협조 공문을 보내 인물 사진을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시카고 예술대학 공공예술 석사과정 학생 20여 명이 참여했다. 이렇게 작업된 인물 영상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플렌자는 인물을 통해 인종과 연령, 그리고 시카고의 다양성을 표현했다.
15m 높이의 분수는 도시 고도 제한에 걸리며 공원의 미관을 해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도시는 작품을 건축물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분류하는 타협점을 찾았다. 또한 작품 보호를 위해 설치한 카메라는 시민들의 사생활 침해라는 항의가 빗발치며 철거됐다. 이런 논란을 딛고 예술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분수는 다양한 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공공 예술 작품으로 극찬을 받았다.
크라운 분수는 오픈한 지 몇 시간 만에 물놀이장으로 변모했다. 공원과 작품은 완벽하게 일체가 됐고, 플렌자마저 감탄할 정도였다. 그는 단순하고 보편적인 비디오 작품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며 성공을 거두었다. 작품은 30년간 설치 계약을 맺었다.
두 작품은 ‘예술과 관람객의 관계 통합’이라는 현대 미술의 핵심 이론을 성공적으로 실현했다. 이제 미술은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체험하고 교감하는 형태로 확장됐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밀레니엄 파크를 찾는다. 그들에게 ‘클라우드 게이트’와 ‘크라운 분수’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시카고의 예술 정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사진 출처: 개인 소장, City of Chicago>

이 아네스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