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최초 한인 소아과 개원의 김부웅 박사
“그때 진료했던 아기들이 이제 부모가 되어 아이를 데리고 찾아올 때,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어요.”
시카고 한인사회에서 가장 먼저 소아청소년과를 개업한 의사, 김부웅(Dr. Boo Woong Kim) 박사. 1975년 시카고에 첫 한인 소아과를 열고 45년 동안 지역사회의 아이들을 돌본 그는, 2020년 말 은퇴할 때까지 한인 의료의 한 축을 지켜온 인물이다. 그는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세월이 제 인생의 전부였다”며 지난 45년의 시간을 회상했다.
김 박사는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 뒤, 1968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병원 레지던트와 소아과 펠로우십을 거쳤다. 1973년 시카고 일리노이대학(UIC)에서 소아심장 전공 과정을 마친 후, 1975년 한인 최초로 소아청소년과를 개원했다.
“내과와 소아과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아이들을 보는 일이 제게는 더 큰 행복이 될 것 같았어요.”
그의 말처럼 진료 초기부터 아이들과의 교감은 늘 김 박사의 원동력이었다. 개업 초반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쉽지 않았지만, 지역 산부인과 의사들의 협력으로 환자들이 점차 늘어났다.
김 박사는 “그때 태어난 아기들이 커서 의사나 교사, 부모가 되어 찾아오곤 했다”며 “세대의 성장을 함께 본다는 게 정말 큰 기쁨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그의 진료실에는 한인뿐 아니라 스페인계 환자도 많았다. 언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스페인어를 배웠던 그는 “언어가 달라도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같다”며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의사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에도 김 박사는 건강을 유지하며 교회와 지역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후배 의사들이 더 넓은 사회 속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의사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신뢰를 쌓아가는 사람입니다.”
45년 동안 한인사회의 아이들과 함께해온 김부웅 박사의 의사 인생은, 헌신과 신뢰로 쌓아올린 한 세대의 성장 기록이자 시카고 한인 의료의 역사 그 자체다.
<전혜윤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 847.290.8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