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 韓취재진에 하이파 연구소 캠퍼스 공개
레이저 방공 요격체계 아이언빔 4종 개발성공…전장에 실전사용도
또 다른 전략자산 람밤 병원…미사일 피격시 지하주차장이 병동으로
(하이파=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이스라엘 3대 도시인 북부 하이파 외곽에 위치한 방산기업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즈 연구소.
미사일 방공체계 아이언돔 생산기지를 갖춘 이 라파엘 연구시설은 이스라엘의 주요 위협 중 하나인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 국경으로부터 불과 수십㎞ 거리의 산악 고원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라파엘 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에 이 캠퍼스의 출입을 허용하고, 기존 아이언돔에 더해 최근 개발에 성공한 레이저빔 방공요격체계 아이언빔에 대해 브리핑했다.
◇ 하이파 외곽 연구소…핵심 방산기업, 철저한 보안
텔아비브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라파엘 캠퍼스는 최고의 방공 요격체계 아이언돔을 개발한 방산기업에 걸맞게 보안 조치가 철저했다.
취재진을 맞이한 것은 차량 등으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해 정문 바닥에 설치한 육중한 철제 차단장치였다.
출입에 앞서 3명의 보안요원이 취재진의 버스에 올라 녹음기나 카메라, 컴퓨터 등 전자장비의 반입을 금지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휴대전화의 카메라 부분에 보안 스티커를 일일이 부착했다.
라파엘 측은 아이언돔과 아이언빔 등의 모형을 설치한 전시실을 공개한 뒤 곧바로 최근 개발에 성공한 아이언빔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했다.
◇ 아이언빔 4종 개발 성공…이미 실전 사용, 12월 공식 실전배치
라파엘이 자랑하는 레이저빔 요격체계는 ▲아이언빔 ▲아이언빔 모바일 ▲해군(Naval) 아이언빔 ▲라이트(Lite) 빔 등 4종류다.
아이언빔은 가장 높은 출력(100㎾)과 큰 렌즈(직경 450㎜)를 자랑하는 가장 강력한 요격체계다.
사거리가 최대 10㎞에 이르며, 가장 정확하고 빠르다. 적의 드론 등으로부터 군 기지나 공항 등 전략자산을 보호하며 가장 광범위한 범위를 책임진다.
아이언빔 개발 담당 책임자는 몇 주 전 이스라엘 남부에서 실시한 시험에서 표적 요격에 성공하는 등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다면서 “성공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라파엘 측은 요격시험 성공을 담은 영상을 취재진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 성공한 아이언빔을 12월말 이스라엘군(IDF)에 실전 배치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언빔 모바일은 50㎾ 출력과 직경 250㎜ 렌즈의 사양을 갖추고 있다. 아이언빔보다는 성능이 약하지만 차량 등에 탑재해 지상군과 같이 움직이면서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사거리는 최대 5㎞이다.
해군 아이언빔(100㎾-450㎜ 및 50㎾-250㎜)은 함정 탑재가 가능하고, 10㎾ 출력의 라이트빔은 작은 드론 등의 요격에 적합하다.
라파엘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전쟁인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최근 실제 전장에서 라이트빔을 처음으로 동원해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가자전쟁이나 헤즈볼라의 공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이스라엘 국방부는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40여차례에 걸쳐 레이저 빔으로 드론을 쏘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 있다.
아이언빔은 기존 아이언돔과 함께 향후 이스라엘의 다층 대공방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라파엘이 개발한 애로우,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 아이언돔 등 다층 방공 요격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언돔은 세계 최고의 요격체계 가운데 하나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라파엘은 이스라엘의 핵심 방산기업으로 1948년 건국과 함께 국방부 산하 국방 연구·개발 기관으로 설립됐으며, 2002년 국영 방산기업으로 재편됐다.
◇ 또 다른 전략자산 람밤병원…”미사일 피격시 지하주차장 비상병동으로 전환”
지중해에 접한 이스라엘 3대 도시이자 상공업 중심지인 북부 하이파의 람밤(RAMBAM) 병원.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 국경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여㎞ 거리에 있는 이 병원은 상시 안보 위협에 처한 이스라엘 정부의 전략자산 가운데 하나다.
이 병원은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지하 비상 병동에서는 수술을 비롯한 진료를 정상 가동할 수 있다.
지난 11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이 찾은 이 병원 지하 주차장은 특별했다. 벽면에 수술실이라는 표시된 공간의 셔터를 올리자 각종 장비가 설치된 깔끔한 수술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시에는 지하 3개 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다 위기 시 병동으로 전환된다. 애초부터 지하 병동으로 설계됐고 평시에는 주차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개념이다.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당시 헤즈볼라가 쏜 미사일이 병원 바로 앞 지중해 앞바다에까지 떨어지면서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을 빚자 지하 병동 구축에 나섰다.
지하 병동은 코로나 사태와 가자전쟁, 지난 6월 12일간 이어졌던 이란과의 전쟁 당시 실제 가동됐다.
평시에는 1천5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지하 공간은 병동으로 전환 시 약 1천200개 병상을 갖추고 최대 2천500명의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
중앙통제실과 4개 수술실, 분만실 등 갖췄다. 천장과 벽면에는 에어컨과 공조시스템을 비롯해 병동으로 전환시 필요한 모든 설비를 구비했다.
간단히 임시 벽만 설치하면 샤워를 할 수 있는 샤워 시설은 물론, 벽면에 변기만 장착하면 화장실로 사용이 가능한 공간을 갖췄다.
가자전쟁 발발 당시 이스라엘 해군 병력의 도움을 받아 지하병동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는 총 36시간이 걸렸지만, 최근 이를 15시간으로 줄였다.
람밤 병원은 십자군 시대 수도원 건물을 확장해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통치 시절인 1938년 설립됐다.
람밤(RAMBAM)은 12세기 스페인에서 태어나 이집트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유대인 랍비(Rabbi)이자 의사, 철학자인 모세 벤 마이모니데스(Moshe ben Maimon)의 이름에서 따온 약칭이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