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전트케어와 응급실, 언제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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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주는 미국 내에서 어전트케어 센터 수가 세 번째로 많으며, 시카고 지역에만 1,800개 이상이 운영 중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응급실과 어전트케어, 현명하게 이용하려면…

“고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응급실을 다녀왔는데, 얼마 후 수천 달러짜리 청구서를 받았어요.”
갑자기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뒤따라온 청구서에 더 놀라는 일이 적지 않다. 고열이나 복통처럼 갑작스러운 증상에 무작정 응급실을 찾았다가, 생각보다 큰 의료비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럴 때 알아두면 좋은 선택지가 바로 ‘어전트케어(Urgent Care)’다. 응급실과 어전트케어의 가장 큰 차이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의 ‘긴급성’과 ‘심각성’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위급한 상태라면 반드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심장마비, 뇌졸중, 호흡곤란, 심한 외상,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성 손상, 심각한 화상, 탈골, 심한 출혈, 갑작스러운 두통 등은 시간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는 것이 맞다.

반면 고열이나 경미한 복통, 가벼운 부상처럼 긴급하긴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라면 어전트케어에서 충분히 진료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어전트케어가 적절하다. ▲고열이나 감기 증상이 심할 때 ▲복통이나 소화불량이 있을 때 ▲발목을 삐었거나 가벼운 골절이 의심될 때 ▲칼에 살짝 베이거나 경미한 화상 ▲심한 목감기 ▲소변볼 때 통증 ▲가벼운 부상
이처럼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전트케어가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어전트케어는 일반적으로 가정의학과나 내과 의사, 간호사(NP), PA 등으로 구성된 소규모 진료기관이다.
X-ray 촬영, 피검사, 기본적인 응급처치 등도 가능해 경미한 사고나 증상에는 알맞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예약 없이 바로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균 4~6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응급실과 달리 어전트케어의 대기 시간은 30분 내외, 수속 절차도 간단하다.

보험 적용 전 진료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리노이주에서 어전트케어 이용 시 평균 115~380달러인 반면, 응급실의 평균 진료비는 약 1,818달러에 달하며, 미국 전체 평균은 2,250달러에 이른다. 또한 어전트케어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운영되는 곳이 많아 일반 클리닉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일리노이주에는 약 2,200여 개의 어전트케어 센터가 운영 중이며, 이는 미국 전체 중에서도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시카고 지역만 해도 1,800개 이상이 밀집해 있어, 거주지 또는 직장 근처에서 가까운 센터를 찾기 쉬운 편이다. 대표적으로 AFC 어전트케어(AFC Urgent Care), 피지션스 응급케어(Physicians Immediate Care), 미드웨스트 익스프레스 클리닉(Midwest Express Clinic) 등 다양한 어전트케어 운영 기관이 있다.
대부분의 어전트케어에서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진료를 제공해, 일반 병원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접근성이 좋은 만큼, 고열이나 가벼운 증상이 있을 때는 응급실보다는 어전트케어가 훨씬 합리적일 수 있다.

보험 플랜에 따라 이용 가능한 병원이나 본인 부담금(Co-pay)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해 두면 훨씬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응급실과 어전트케어는 모두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이다. 하지만 상황에 맞게 이용하면 비용과 기다림도 줄이고, 현명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운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