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잃고 추방까지”… 재외국민 사건사고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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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총영사관 접수 사건·사고가 지난 3년 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영사관 민원 창구 모습. [박상혁 기자]

▶ LA총영사관 접수 범죄 등 피해 85%↑
▶ 한국서 방문객 늘어나고 치안은 악화
▶ 강력 이민 단속에 강제추방 올 9건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 해제된 이후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LA 지역 재외국민이 겪는 각종 사건사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LA 총영사관에 접수된 사건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98건이었던 접수 건수가 2023년 313건, 2024년 367건으로 급증했고, 2025년에도 8월 현재 이미 200건을 넘긴 상태다. 팬데믹 기간 위축됐던 여행과 교류가 회복되면서 사건사고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항목은 ‘분실’이다. 2022년 48건에서 2024년 209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8월까지 이미 101건이 접수됐다. 여권 분실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차량 내 물품 도난과 휴대품 분실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LA 총영사관의 이승용 경찰영사는 “한국인 방문객이 늘면서 공항, 호텔, 렌터카 등에서 여권이나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분실 외에도 강력범죄, 절도, 폭력, 지능범죄 등 다양한 유형의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강력범죄 피해는 2022년 2건에서 2025년 8월 현재 7건으로 증가했다. 절도 사건은 2023년 47건, 2024년 54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는 다소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접수 시점의 차이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연말에는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눈에 띄는 점은 ‘강제추방’ 사례의 급증이다. 2022년 5건에서 올해 들어 이미 9건이 발생했다. 이승용 영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후 이민단속이 강화되면서 이민법 위반이나 체류 자격 문제로 현지 이민당국에 의해 강제송환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특히 불법 체류나 범죄 연루 사례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살·단순사망·연락두절 등의 인명 관련 사건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단순사망 건수는 2022년 14건에서 올해 8월 현재 23건으로 늘었고, 연락두절이나 실종 의심 사례도 매년 10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교통사고와 응급환자 발생도 각각 6건과 4건으로 보고됐다.

사건사고 신고는 주로 한국에서 온 방문객이나 영주권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총영사관 당직영사나 사건사고 담당 실무관이 접수하며, 신고는 긴급전화(213-700-1147), 사건사고 이메일(accident-la@mofa.go.kr), 외교부 영사콜센터(02-3210-0404)를 통해 가능하다. 영사조력이 필요한 경우 공관은 현지 경찰 신고 절차 안내, 병원 정보 제공, 한국 내 가족 연락, 긴급여권 발급 등의 지원을 제공한다.

다만, 공관의 조력에는 한계가 있다. 병원비나 법률비용 등은 본인 부담이며, 체포나 구금된 경우 직접 석방 협상에 나설 수는 없다. 따라서 출국 전에는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현지 공관 연락처를 확인하고, 여행자 보험 가입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이 영사는 “팬데믹 이후 자유로운 여행이 재개됐지만, LA를 포함한 미국 주요 도시의 치안 악화와 범죄 증가가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여권 보관에 각별히 유의하고, 사건 발생 시 즉시 영사관에 연락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