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학생의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해 학부모 통지를 제한한 캘리포니아주 정책의 집행을 중단시켰다. 종교적 이유 등으로 해당 정책에 반대해온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준 결정이다.
연방대법원은 3일 이념 성향에 따라 6대 3으로 갈린 표결 끝에, 정책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승소한 연방법원 1심 판결의 효력을 즉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는 학생이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경우 학교가 학부모에게 통지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거나, 교사에게 학생이 원하는 대명사 사용을 요구해 온 주 규정을 당분간 집행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제9연방항소법원은 추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1심 판결의 효력을 정지한 바 있으나,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다시 1심 판결의 효력이 회복된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수정헌법 제1조의 ‘종교의 자유 행사 조항(Free Exercise Clause)’ 침해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재판부는 학부모들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주장이 본안 판결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종교적 예외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은 성(性)과 젠더에 대해 확고한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으며, 그 신념에 따라 자녀를 양육해야 할 종교적 의무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수정헌법 제14조에 근거한 부모의 양육권 주장 역시 타당성이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오랜 판례를 인용해 “자녀를 어떻게 양육할지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며, “이 권리에는 자녀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결정 과정에서 부모가 배제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에 반대해온 교사들이 제기한 유사한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진보 성향의 대법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소송에서 학부모와 교사를 대리한 보수 성향 단체 토머스 모어 소사이어티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을 “한 세대 만에 나온 가장 중요한 부모 권리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원고 측은 2016년 캘리포니아주 교육부와 2024년 주 법무장관실이 발표한 지침 등 여러 정책이 자녀 교육을 지도할 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2024년 지침은 학생의 성정체성 관련 학부모 통지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강제 공개’ 정책을 채택한 교육위원회가 주의 차별금지법과 학생의 사생활권을 위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지침에는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른 대명사를 사용해 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하는 학생 사례 등이 포함된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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