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학교 성정체성 비밀유지 정책 ‘위헌’
캘리포니아주 공립학교에서 학생의 성정체성 관련 정보를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한 정책이 연방법원에서 위헌 판단을 받았다.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은 24일,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의 이른바 ‘성정체성 비밀유지 정책’을 무효화한다고 판결했다.
성정체성 비밀유지 정책은 학생이 학교에서 성별 정체성과 관련된 표현을 하더라도 부모에게 이를 알리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에스콘디도 유니언 학군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학군의 정책이 부모의 의사를 무시한다고 주장하며, 해당 정책이 헌법적 권리와 종교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을 맡은 로저 베니테즈 판사는 판결문에서 “부모와 보호자는 자녀가 성별 불일치를 표현할 경우 이를 알 권리가 있다”며 “교사와 학교 직원 역시 학생의 이러한 표현에 대해 부모에게 정확히 알릴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2023년 4월 제기됐으며, 주정부 차원에서 시행된 여러 지침과 정책들이 학생의 성정체성을 부모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 교육 당국과 토니 서먼드 교육감, 로브 본타 법무장관 등이 피고로 소송에 포함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캘리포니아의 성소수자(LGBTQ+)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성소수자 학생 보호를 위해 제정된 학생 안전 보호법(SAFETY)의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남부 캘리포니아 지부 역시 “이번 판결은 전국적으로 성전환 청소년을 겨냥한 공격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 본타 법무장관도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예고했다.
하지만 연방법원은 “부모의 알 권리와 교육 참여 권리가 먼저 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베니테즈 판사는 판결 과정에서 미 대법원의 ‘마흐무드 대 테일러’ 판례를 언급하며, “공립학교에서 부모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교육 내용이나 토론으로부터 자녀를 제외시킬 권리가 이미 인정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캘리포니아 공립학교가 부모와 교사 간에 불필요한 소통 장벽을 만들어 왔다”고 지적하며, 해당 정책이 부모의 교육 참여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캘리포니아주 전역의 모든 공립학교에 적용된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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