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미저리·어 퓨 굿 맨 연출 거장
마약 중독 이력 차남, 유력 용의자로 조사 중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저리’, ‘어 퓨 굿 맨’을 연출한 할리우드 거장 롭 라이너 감독이 아내와 함께 친아들에게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요 언론은 14일, 롭 라이너(78) 감독과 아내 미셸 싱어 라이너(68)가 로스앤젤레스(LA)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으며, 경찰이 이들의 아들 닉 라이너(32)를 유력 용의자로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 30분쯤 의료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LA 소방국 대원들이 자택에서 부부의 시신을 발견했다. LA경찰국(LAPD)은 “라이너 가족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을 유력 용의자로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1947년 뉴욕 브롱크스 출신인 롭 라이너는 전설적인 코미디언 겸 작가 칼 라이너의 아들이다. 1970년대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에서 주인공 사위 역으로 두 차례 에미상을 수상하며 배우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감독으로 전향해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력으로 1980~199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끌었다.
‘스탠 바이 미(1986)’에 이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제시했고, 스티븐 킹 원작의 스릴러 ‘미저리(1990)’로 캐시 베이츠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또한 톰 크루즈 주연 ‘어 퓨 굿 맨(1992)’에서는 잭 니콜슨과의 절정의 연기 대결을 선보였다.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닉 라이너는 10대 초반부터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너 부부의 차남인 그는 마약 중독 문제로 부모와 오랜 갈등을 겪어왔으며, 15세 무렵부터 재활 시설을 반복적으로 드나들었다. 증세가 악화되면서 메인·뉴저지·텍사스 등 여러 주를 떠돌며 노숙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닉 라이너는 17차례 재활 치료 끝에 약물을 끊었다고 밝히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 자전적 영화 ‘빙 찰리(Being Charlie)’의 각본을 썼다. 해당 영화는 아버지 롭 라이너가 직접 연출했으며, 닉은 당시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내며 적응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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