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재상승과 임금 정체 겹쳐…
▶중하위층 생활비 압박, ‘월급 따라잡기’ 어려워
미국 가구 약 4분의 1이 월급을 받아도 생활비로 대부분 사라지는 ‘페이첵 투 페이첵(paycheck to paycheck)’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의 29%는 소득의 95% 이상을 주거비, 식료품, 유틸리티, 교통 등 필수 지출에 쓰고 있어 저축이나 추가 지출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인플레이션 재상승과 임금 정체가 겹치면서 중하위 소득층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소득 격차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미국 가구의 약 25%가 소득의 대부분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비중은 202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중하위 가계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원인은 다시 오르기 시작한 물가다. 올해 미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3%로, 팬데믹 이후 고점이던 2022년 9.1%보다는 낮지만 연준 목표치 2%를 웃돌고 있다. 반면 저소득층 임금은 지난 1년간 1% 오르는 데 그쳐 생활비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물가가 3% 오르는 동안 임금이 1%만 오르면 생활이 더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금 상승세 둔화는 세대별·소득별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같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라도 고소득층은 저소득층보다 평균 5%포인트 더 높은 임금 상승률을 기록했다. X세대(1965~1980년 출생)와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은 물가 상승을 흡수하며 회복 속도가 빠른 반면, 저소득층은 정체되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경제’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 양상도 엇갈린다. 북동부의 뉴욕과 펜실베이니아, 중서부의 일리노이와 오하이오 등에서는 월급만으로 생활하는 가구 비중이 증가했으나, 남부의 텍사스와 플로리다, 서부의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등은 상대적으로 완화됐다. 다만 남부와 서부는 원래 ‘페이첵 투 페이첵’ 가구 비율이 높아 여전히 경제적 압박을 받는 가구가 많다는 지적이다.
소비 패턴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저소득층은 생활비 부담으로 외식과 백화점 소비를 줄이고 할인점 의류 이용을 늘렸다. 반면, 고소득층은 패스트푸드 이용이 오히려 증가하는 등 소비 격차가 뚜렷하다. 여기에 4.3%까지 오른 실업률까지 겹치면서 중하위층의 지출 여력은 더욱 좁아졌다.
BOA의 조 워드포드 경제연구원은 “저축 여력이 없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그날 벌어 그날 쓰는 ‘하루살이’ 생활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임금과 물가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 미국 사회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갑작스러운 지출이나 경기 변동에 취약해 소비가 줄고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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