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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February 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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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술주권 꿈꾸지만 美에 안보 의존 높아 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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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독일에서 펼쳐진 나토 훈련-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 국방 당국자들, 갑작스러운 차단은 유럽 안보에 위험 경고”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유럽이 미국 기술 기업에 의존도를 낮춰 ‘기술 주권’을 찾고자 하지만, 오히려 유럽 안보에 심각한 후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서양 관계를 놓고 오락가락한 언급을 하고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위협하는 등 혼란을 겪으며 유럽 각국에서는 자력 방위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봄 미국 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EU 자체 기술 부문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술 주권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뮌헨안보회의에서 EU가 유럽 안보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분야의 예로 데이터와 기술 플랫폼, 정보를 언급했다.

프랑스가 이런 목소리를 주도적으로 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독립성을 훨씬 높이도록 방위, 기술, 위험완화 측면에서 지정학적 힘의 모든 구성 요소를 촉진하고 분명히 이행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유럽 군 당국자들은 미국 무기나 정찰위성, 지휘통제 체계 등 인프라를 넘어서 유럽 군의 통신 확보, 정보 수집, 데이터 저장 등에서 미국 기술 기업이 맡은 역할이 크기 때문에 유럽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의 접근에 조금이라도 제한을 두면 유럽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유럽 군 관계자 사이에서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장성들이 그런 발언에 불안해했다”며 “그곳에 있던 기술업계에 보내는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여러분을 붙잡아둬야 한다는 걸 안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군은 지난해 디지털화 계획의 일환으로 구글과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발표했고,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팔란티어와 작전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이터 분석 기능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스위스 당국은 법적, 데이터 보호 관련 우려를 이유로 팔란티어의 정부 계약 입찰을 거절했다.

국방 당국자들은 록히드마틴이 설계한 이지스 시스템을 유럽에 꼭 필요한 미국의 기초 소프트웨어의 대표적 사례로 든다. 노르웨이, 스페인 등 여러 유럽 해군이 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독일 TKMS가 개발 중으로 독일 해군이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방공 호위함도 F127도 이지스 시스템에 의존한다.

한 유럽 군 관계자는 ‘기술 주권’ 논의에 대해 “현실적이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며 “우리 유럽 플랫폼 대부분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기에 단기간 내 그런 일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가 아닌 군에서 이런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정치인보다도 장성들이 미국과 갑작스러운 단절이 가져올 위험을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영국 방위기술 스타트업 발레리언의 맥스 부컨 최고경영자(CEO)는 “그린란드 문제가 유럽 군의 디지털 중추가 미국 주권에 얼마나 많이 기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미국이 닫아버리면 쓸 수 없는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