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뜻이야?” 미국 10대들 사이서 유행한 ‘67’… 올해의 단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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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셔너리닷컴 제공

딕셔너리닷컴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특징”

미국 대표 온라인 사전 딕셔너리닷컴(Dictionary.com) 이 2025년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로 숫자 ‘67(식스세븐, Six Seven)’ 을 선정했다.
뜻도 문법적 의미도 없는 단순한 숫자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딕셔너리닷컴 측은 “67은 어디에나 쓰이지만 특별한 의미가 없고, 그래서 정의할 수 없다”며 “이 모호함이야말로 2025년의 언어적 흐름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식스세븐’은 올해 여름 미국의 10대들 사이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누군가의 말에 즉흥적으로 반응하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풀 때 ‘67!’이라고 외치는 식이다.
말보다는 느낌에 가까운 표현으로, 한국의 ‘헐’이나 ‘어쩔’처럼 감정과 반응을 대신하는 신조어다.

래퍼의 노래 한 구절이 틱톡에서 밈으로

‘67’의 출발점은 미국 래퍼 스크릴라(Skrilla) 의 노래 ‘Doot Doot’ 으로 알려졌다.
가사 중 ‘Six Seven’이라는 짧은 구절이 틱톡과 인스타그램 숏폼 영상에서 배경음으로 쓰이면서 유행이 번졌다.

특히 NBA 샬럿 호네츠의 스타 선수 라멜로 볼(LaMelo Ball) 의 키가 ‘6피트 7인치’라는 사실이 함께 언급된 영상이 확산되면서, ‘식스세븐’은 10대들 사이에서 “쿨하다”는 의미를 지닌 제스처로 자리 잡았다.
이후 학생들이 농구장에서 두 팔을 들고 ‘식스세븐’을 외치는 동작이 밈으로 퍼졌고, 미국 중고교 교실에서도 같은 장면이 재현되며 사회적 현상으로 번졌다.

“뜻보다 소속감” 어른들은 이해 못 하는 세대 암호

전문가들은 ‘67’ 현상을 세대 정체성과 유대감을 표현하는 일종의 문화적 코드로 해석한다.

텍사스 A&M대 언어학자 살바토레 아타르도(Salvatore Attardo) 교수는 “10대들은 ‘우리가 아는 농담, 어른은 모르는 언어’라는 소속감을 느끼며 사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언어학자 스티브 존슨 은 “‘67’은 단순히 숫자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제스처와 감정으로 소통하는 퍼포먼스”라며 “말보다 분위기로 교감하려는 세대의 특징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중 수십 번씩 “식스세븐!”을 외치며 장난을 치자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일리노이주 노스브룩의 한 중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이 단어만 들으면 단체로 따라 외치는 바람에 수업이 자주 중단돼, 결국 교실 내 ‘금지어’ 로 지정됐다.

“의미 없음”이 오히려 세대의 언어로

딕셔너리닷컴은 매년 사회적 변화와 트렌드를 반영한 단어를 발표한다.
지난해에는 틱톡 뷰티 인플루언서가 유행시킨 ‘드뮤어(demure·얌전한)’가, 그 전해에는 인공지능(AI)의 오류를 뜻하는 ‘헐루시네이트(hallucinate·환각)’가 선정됐다.

올해 후보에는 △남성 중심 사회를 뜻하는 broligarchy △무표정한 Z세대의 시선을 의미하는 Gen Z stare △전통적 역할을 지향하는 trad wife 등이 올랐지만, 결국 ‘뜻이 없는 숫자’가 2025년을 대표하게 됐다.

딕셔너리닷컴은 “이 단어의 힘은 그 의미 없음에 있다”며 “2025년은 ‘정의되지 않음’이 곧 새로운 언어가 되는 시대”라고 밝혔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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