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격화, 트럼프 “군사 옵션과 협상 동시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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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해란의 장례 행렬_[IRIB_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47년 신정 체제 최대 위기
경제난·여성 인권 문제 겹쳐
시위 사망자 2천 명 추정 유혈사태 격화

이란에서 47년간 이어진 종교 지도 중심의 신정 체제가 경제난과 사회적 불만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신정 체제는 종교 지도자가 정치, 군사, 사법 등 국가 권력을 총괄하는 체제로, 최고 지도자는 대통령과 의회를 넘어 국가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번 시위는 단순한 민심 항의를 넘어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주요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강력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며, 필요하면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이란 지도자들이 회담을 원하고 있으며,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규모 공습 등 군사 옵션뿐만 아니라 온라인 반정부 캠페인 지원, 사이버 공격, 추가 제재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병력 이동은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말 수도 테헤란의 전통시장 ‘그랜드 바자르’ 상인들이 경제난에 항의하며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서면서 촉발됐다. 이후 물가 폭등과 생활비 상승, 여성 인권 문제 등 사회적 불만이 맞물리며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12일 기준 비공식 환율은 1달러당 145만6,000리알까지 치솟아, 1년 새 리알화 가치는 40% 이상 폭락했다. 현지 시민들은 “빵을 사려면 뭉칫돈을 들고 가야 한다”거나 “평생 모은 저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인권 단체 이란인권(IHR)과 HRANA에 따르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544명이 숨졌으며, 일부 분석에서는 사망자가 2,000명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체포자는 1만 명을 넘어섰고, 정부는 군경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며 인터넷과 국제전화망을 차단했다. 일부 여성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에 불을 붙이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이 영상들은 공개 저항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히잡 미착용과 지도자 비판이 최대 10년형에 해당하는 중범죄임에도 시민들은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은 장기적인 국제 제재와 군사·재정 부담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반미 노선을 견지하며 국제 금융과 통상에서 고립된 이란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핵 합의(JCPOA) 탈퇴 이후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시리아 정권 등 ‘저항의 축’ 세력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서 재정적 부담이 누적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경제 위기와 사회적 불만, 여성들의 공개 저항이 맞물리면서 신정 체제에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회유 전략이 중동 정세와 국제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자유를 바라는 이란 국민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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