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 연체·압류… 30년래 최고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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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가격이 급등한 데다 경기하강 국면까지 겹치면서 저신용 대출자들의 연체율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캘리포니아의 한 딜러 매장 전경. [로이터]

“대공황 수준보다 더 심각”
▶ ‘60일 이상’ 연체율 6.43%
▶ 차량 압류률 10%까지 급등
▶ 차값 급등·페이먼트 상승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가격이 5만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가운데 높은 할부 이자율, 불안정한 노동시장 등 각종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압류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증가해 미국 가계의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신용점수가 670점 미만인 서브프라임(저신용) 대출자 중 자동차 대출 상환이 6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은 2021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해 6.43%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대공황, 닷컴 버블 붕괴 등 지난 세 차례의 경기 침체 기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저신용자들의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1990년대 초 이후 지난 1월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신용 점수가 높은 미국인들은 자동차 할부금 납부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우량 대출자들의 연체율도 크게 증가했지만 0.5% 미만으로 아직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자동차 압류 또는 채무 불이행률도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 정보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저신용 자동차 대출자의 경우 차량 압류 또는 압류 예정인 채무 불이행률이 지난 9월 기준 거의 10%에 달했다. 이는 1년 전보다 감소했지만 장기 평균보다는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CNN은 “저신용 대출자들은 종종 채무 불이행을 할 수밖에 없다”며 “차량가치보다 훨씬 많은 빚이 있어서 차를 팔 수도 없다. 주택 담보대출이나 월세, 신용카드 및 학자금 대출 등 다른 채무를 이미 연체한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조나단 스모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신용 대출자들이 재정적으로 한 치의 여유도 없는 벼랑 끝 상황에 몰려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월 상환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익스피리언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체결된 신차 리스의 절반 이상과 신차 대출의 4분의 3 이상이 월 상환액이 500달러 이상이었고, 중고차 대출의 46%는 500달러 이상이었다. 신차 대출의 경우 17% 이상이 1,000달러 이상의 상환액으로 집계됐다.

차량 수리비도 급증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자동차 수리비는 전년 대비 15%나 급증했는데, 이는 거의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7월과 8월 사이에 수리비는 5%나 증가했는데, 이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자동차 보험료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8월 자동차 보험료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연간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전체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5%에 가까운 큰 폭의 상승률이었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자동차 할부금 연체율이 증가한 것을 엄청난 위험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출퇴근과 가족부양, 식료품 구매 등에 필수적인 도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기업들의 이윤이 줄어들면서 해고가 더욱 빈번해지게 되면 자동차 할부금 연체율 상승을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우려하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CNN은 “우량 및 저신용 대출자 간의 연체율 격차가 큰 것은 소위 K자형 경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며 “주식 시장에 돈을 투자하고 점점 더 가치가 높아지는 주택을 소유한 많은 미국인들은 잘 지내고 공격적으로 지출하지만, 특히 저소득 소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떠받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