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으로 ‘붉은 말의 해’ 시작… “행복 오는 2026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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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 첫날인 1일(한국시간)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들이 타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6.1.1 [연합]

영하 10도 강추위에도 보신각 인근 3만여명 모여 새해맞이…소망 나눠
▶ 환갑 넘긴 장년은 “가족 건강만”…6살 소년은 “새해엔 축구 잘했으면”

“10, 9, 8, 7, 6, 5, 4, 3, 2,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붉은 말의 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이 울리면서 2026년 1월 1일(한국시간)이 시작됐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운집한 시민들은 함성을 지르다가 이어지는 맑은 종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숙연한 태도로 2026년을 맞이했다.

자정께 서울 기온은 -10도의 강추위였지만 두꺼운 외투와 핫팩으로 무장하고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시민들의 소망은 따뜻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최대한(36)씨는 “개인적으로 힘든 한해였는데 잘 극복하고 연말을 맞았다. 2026년은 더 잘될 것 같다”며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다 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씨와 함께 온 6살 아들 지안군은 “새해에는 축구를 잘하고 싶다”고 웃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아내와 행사를 보러 온 이현민(60)씨는 환갑을 지나 새해 진갑을 맞았다. 이씨는 “돌아보면 힘들었지만 2025년 나름대로 잘 살았던 것 같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 가족 건강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온 관광객 셰릴(45)씨는 한국의 새해맞이를 경험하고는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부자 되는 새해를 바란다. 특히 남편이 부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어 남편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행복이 오는 새해, 해피 뉴이어”라고 덧붙였다.

이날 보신각 타종 행사에는 25년 동안 생명의 전화 상담을 이어온 김귀선 씨를 비롯한 11명의 시민 영웅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여했다.

등굣길 학생들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준 김상식씨, 15년간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해온 이복단씨, 심폐소생술로 2차례 행인과 승객을 구조한 버스 기사 정영준씨 등 각계각층의 시민대표가 돌아가며 타종에 나섰다.

병오년을 알리는 종소리가 보신각 일대를 메운 가운데 광화문엔 ‘빛의 무대’가 펼쳐졌다.

광화문스퀘어 민관 합동협의회, 동아일보사, KT, 디지틀조선일보,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9개 기관이 참여해 구역 내 전광판을 통해 카운트다운 쇼를 동시 송출하자 곳곳에서 감탄의 탄성이 나왔다.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엔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에 다양한 이미지나 영상을 투사해 만드는 예술작품)가 복된 새해를 바라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어모았다.

광화문 크리스마스마켓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지상헌(53)씨는 “돌아보면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게 많다. 젊은 사람들이 용기를 갖고 살면 좋겠다”며 “새해엔 정치를 잘해야 한다. 그만 좀 싸우라”라고 웃었다.

이날 보신각 인근에는 서울시 추산 3만2천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