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알파마요 공개 파장
▶ SW 무료공개·기술장벽 허물어
▶ 첫 비전언어행동 도입 차별화
▶ 자율차 생태계 장악 야심 드러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 시장까지 손을 뻗으면서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가 생존의 위기마저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간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며 상용화 경쟁을 펼쳐왔지만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무료로 풀기로 하면서 판이 완전히 바뀌고 있어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엔비디아와 동맹을 맺고 상용화에 나설 경우 테슬라·웨이모·아마존 등 기존 빅테크들은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7일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한창인 라스베가스에서는 자율주행차 기업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지됐다. 구글 웨이모와 아마존(서비스명 죽스)은 CES 주요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서 차세대 로보택시를 공개했지만 관람객들의 관심은 엔비디아에 쏠려 있다. 발단은 전시장 바로 옆 퐁텐블로호텔에서 나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폭탄 발언이었다. 그는 5일 특별 연설에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AI 모델인 ‘알파마요’를 공개했다.
알파마요의 차별점은 추론 능력이다. 웨이모나 테슬라 로보택시에는 반복적 학습으로 무장한 라이다(센서)와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오작동 우려가 있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알파마요는 단계별 사고와 추론에 기반한 업계 최초의 ‘비전언어행동(VLA)’ 모델을 도입했다. 전방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보이면 우회전이 낫다고 판단하거나 공이 도로에 굴러오면 아이가 따라올 가능성에 대비해 멈추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기업들이 상당한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한다. 추론 능력보다 엔비디아가 ‘알파마요’를 무료로 풀어버린 점이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알파마요’는 개발자가 자유롭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방형 생태계로 구축됐다. 엔비디아 대표 AI 모델인 ‘쿠다’는 폐쇄형으로 운영되지만 알파마요는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부터 개발자까지 누구든지 쓸 수 있다. 구글·테슬라·아마존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경쟁사들의 진입을 막았지만 ‘알파마요’의 등장으로 일순간에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차량을 직접 제작하지 않고 다른 회사를 위한 기술을 구축한다는 점이 다르다”며 “우리는 기술 플랫폼 제공자이기 때문에 우리 시스템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고 말했다.
실제 외신들은 황 CEO의 선언이 구글과 테슬라를 겨냥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알파마요는 엔비디아 반도체와 연동되기 때문에 알파마요를 쓴 제조사들은 결국 엔비디아 생태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율주행 전기차로 기성 제조사들을 무너뜨리려던 테슬라의 야심과 자체 AI 칩으로 엔비디아를 뛰어넘으려던 구글의 구상이 모두 깨진다.
올 1분기 미국에서 자율주행을 시작하는 엔비디아는 루시드, JLR, 우버, 버클리 딥드라이브를 비롯한 모빌리티 리더들이 알파마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김창영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