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장관 “신앙의 자유 억압 중단하고, 즉각 석방하라”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종교 탄압 논란 확산
중국 정부가 베이징 시온교회의 김명일(영어명 에즈라 진) 목사를 비롯해 전국의 가정교회 목회자와 사역자 30여 명을 일제히 체포했다.
14일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hristianity Today)와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ChinaAid) 등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지난 10일 밤, 광시성 베이하이에 있는 김명일 목사의 자택을 급습해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인터넷을 통한 불법 종교 정보 유포’ 혐의가 적힌 구금영장을 제시했으며, 김 목사를 비롯한 다른 교회 지도자들의 이름이 포함된 ‘전국 수배자 명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전국 6개 도시에서도 시온교회 관계자들이 동시에 체포됐다. 미국 내 기독교 단체들은 이번 작전을 “중앙정부의 지휘 아래 진행된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인 종교 단속”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족 출신의 김명일 목사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무력 진압을 목격한 뒤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중국 공인교회의 옌칭신학교를 졸업하고, 2007년 미국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귀국해 복음주의 성향의 시온교회를 세웠다. 2007년 베이징에서 약 20명으로 시작한 시온교회는 10여 년 만에 1,500명 규모로 성장했다.
2018년 중국 정부가 교회를 강제로 폐쇄하고 재산을 몰수했지만, 시온교회는 온라인 예배와 소그룹 중심의 ‘하이브리드 교회 모델’로 팬데믹 기간 오히려 성장했다. 현재는 40여 개 도시에서 100여 개의 개척교회를 운영하며, 약 1만 명의 신자가 참여하는 중국 최대 복음주의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의 감시와 탄압은 한층 강화됐다. 시온교회 관련 시설 20여 곳이 폐쇄됐고, 교회 관계자 150명 이상이 구금됐다. 5월에는 가오취안푸 목사가, 6월에는 왕룽궈 목사가 각각 ‘미신 활동’과 ‘우상숭배’ 혐의로 구금 또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김명일 목사는 교회에 대한 박해가 임박했음을 직감하고, 2018년부터 정부의 압박을 피해 일부 목회자들을 해외로 파견했으며 가족 또한 미국으로 이주시켰다. 그는 홀로 중국에 남아 온라인 예배를 인도해왔으며, 이번 체포 당시까지 6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있었다.
중국 정부는 구금된 목사들에게 변호사 접견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은 독방에 수감돼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 이후에도 시온교회는 예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주일(12일), 전국 각지의 신자들이 가정이나 식당 방에 모여 줌(Zoom)을 통해 온라인 예배를 이어갔으며, 이날 설교 주제는 ‘최초의 순교자 스데반’이었다.
중국 정부의 종교 통제 정책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당국은 국영교회에 등록하지 않은 모든 예배 모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종교인의 온라인 활동 규범’을 신설해 인터넷 예배나 설교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불교와 도교 사원에서는 상업화 활동을 제한하고, 티베트 불교와 이슬람교에는 ‘중국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진밍르(김명일) 목사를 비롯한 모든 가정교회 지도자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기독교인들이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앙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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