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 작가, 장편소설 ‘드라이브 피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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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경로 이탈이 삶을 흔드는 순간 “이야기가 나를 선택했다”
▶인기 프로그램 방송작가 출신, 포틀랜드서 집필 활동

웹드라마 ‘연애세포’ 시리즈와 에세이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로 알려진 차현진 작가가 장편소설 『드라이브 피플』을 선보였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교차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경로 이탈’이란 삶의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차 작가는 현재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신작 역시 그의 실제 경험과 감각에서 비롯됐다.

차 작가는 “포틀랜드에서 살아보니, 이방인의 촉수가 글감을 데려온다”고 표현한다. 2021년 팬데믹 한복판, 새로운 삶을 향해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마스크를 쓰고 바다를 건널 줄은 정말 몰랐다”며 “미국에서 소개팅으로 만난 남편이 처음 건넨 책이 ‘어디서 살 것인가’, 그다음이 ‘포틀랜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책이 제 미래를 예언한 셈”이라며 “낯선 땅에서 생긴 예민한 감각이 글쓰기에 큰 자산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1박2일’, ‘세 친구’, ‘생방송 인기가요’, ‘위대한 탄생’ 등 인기 프로그램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인간사를 경험했다. 차 작가는 “전국을 돌며 예능과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사람과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차 작가에게 『드라이브 피플』은 단순한 상상이 아닌 실제 경험에서 시작됐다. 그는“’1박2일’ 방송을 하던 시절, 휴가차 유럽에 갔다가 비행기 탑승 직전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옆자리 남자가 렌트카로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때 ‘유럽’이라는 공간과 ‘차’라는 동력이 인생을 완전히 다른 길로 이끌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고, ‘이야기가 나를 선택했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정원과 해든의 ‘짧은 동행’ 이야기가 탄생했다. 소설은 각자의 상처와 흔들리는 감정선, 그리고 여행이라는 낯선 환경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집필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차 작가는 “문득문득 좌절할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남편은 어느새 마일리지 전문가가 되었고…(웃음). 어느 날은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생각에 계약 해지서까지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어차피 죽을 건데, 내가 사랑하는 글쓰기를 하자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도 녹아 있다.

그는 “사랑은 목적지 없는 드라이브와 같다. 뜻하지 않은 길에서 웃고 울고 길을 잃으며 결국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브 피플』은 바로 그 ‘길 위의 순간들’을 포착한 작품이다.

차 작가는 한국 문학의 가능성에도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한국인은 전래동화를 들으며 자라서인지 이야기 DNA를 가지고 있다”며 “K소설은 K팝 못지않게 전 세계가 사랑할 장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드라이브 피플』은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라도 남기기를 기대한다”며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이 뜻하지 않은 길에서 웃고 울며, 결국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전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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