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첫 ‘인구 순유출’ 현상
지난해 최소 18만 명 해외 이주
한인 사회도 귀환 동포 증가세 뚜렷
미국인들이 총기 사고와 고물가, 높은 생활비 부담을 피해 해외로 대거 이주하면서, 대공황 이후 약 9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순유출’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구 순유출이란 새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18만 명의 미국인이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 정부는 1950년대 이후 공식 집계를 중단했지만, 유럽 15개국 등 각국의 이민 통계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 들어온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더 많은 인구 순유출 현상이 1935년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확인됐다.
유럽 내 미국인 거주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특히 포르투갈은 지난해 미국인 거주자가 2만 6,000명으로 2020년 대비 450% 급증했다. 스페인, 네덜란드, 체코 등지에서도 최근 10년 사이 미국인 거주자가 두 배 이상 늘었으며, 독일의 경우 미국인의 독일 이주가 독일인의 미국 이주를 앞지르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해외 소득 과세 문제와 치안 불안을 이유로 시민권 포기 신청 사례가 속출하면서 관련 행정 업무가 수개월 치 밀려 있는 상황이다. 2024년 시민권 포기 신청 건수는 전년 대비 48%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그 증가 폭이 더욱 컸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한인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국적 회복 승인을 받은 동포는 총 4,037명으로,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통계상 국적 회복자의 약 50~60%가 미국 시민권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한인이 역이민을 선택하는 주된 원인은 미국의 불안한 치안과 높은 의료비 부담이다. 대신 한국의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과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노후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최우선 가치로 삼고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이번 ‘탈미국’ 현상의 근본 배경으로는 끊이지 않는 총기 사고와 급등하는 생활비가 꼽힌다. 이주민들은 미국보다 저렴한 의료비와 주거비, 안전한 교육 환경을 찾아 미국을 떠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높은 임금 수준이 역설적으로 원격 근무자나 은퇴자들이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템플대 케이틀린 조이스 연구원은 “미국이 최고의 삶의 질을 제공하며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나라라는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 인식이 무너지고 있다”며 “해외로 떠난 이들이 현지 생활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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