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6 F
Chicago
Tuesday, March 31, 2026
Home 종합뉴스 주요뉴스 트럼프에 안 굽히는 스페인…美군용기 영공 통과도 불허

트럼프에 안 굽히는 스페인…美군용기 영공 통과도 불허

1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통이 (마드리드 EPA=연합뉴스) 2026년 3월 25일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하원 회장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EPA_Mariscal) 2026.3.31.

스페인 내 공동기지 이용 불허 이어 나토 동맹 내 균열 심화
루비오 美 국무, 불쾌감 표현하며 “전쟁 끝나면 모든 것 재검토”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란 상대 전쟁에 참가하는 미국 군용기의 스페인 영공 통과를 스페인 정부가 전면 불허했다.

이는 이란 전쟁에 스페인 내 스페인군-미군 공동기지 2곳의 사용을 불허한 데 이은 조치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 내 균열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란 전쟁과 관련된 행동을 위해 스페인 내 군사기지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스페인 영공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가 앞서 보도했던 내용을 확인해준 것이다.

영공 이용 불허 대상에는 스페인 영토 내에서 이착륙하는 미군 군용기뿐만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 등 제3국에서 출격해 스페인 상공을 경유하려는 미군기도 포함된다.

엘 파이스는 이번 조치로 중동으로 향하는 미군 폭격기들이 경로를 우회하고 물류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등 작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비상 상황에서 착륙이나 영공 통과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스페인에는 미군과 함께 쓰는 공동기지로 로타 해군기지와 모론 공군기지가 있으며, 둘다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다.

로타 해군기지의 미국 국기와 스페인 국기
로타 해군기지의 미국 국기와 스페인 국기(로타 <스페인 카디스주> 로이터=연합뉴스) 2026년 3월 15일 스페인 카디스주 로타 해군기지에 미국 국기와 스페인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REUTERS/Nacho Doce) 2026.3.31.

로블레스 장관은 스페인이 이런 입장을 처음부터 미군 측에 명확히 밝혀왔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전쟁을 “전적으로 불법적이고 불의한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카를로스 쿠에르포 스페인 경제통상기업부 장관은 SER 방송사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일방적으로 그리고 국제법을 위반해 개시된 전쟁에 참가하거나 기여하지 않겠다는 스페인 정부 입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부 장관은 이번 결정은 전쟁 확대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행동에 스페인 정부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이에 불쾌감을 표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30일 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만약 나토의 목적이 유럽이 공격당할 때는 우리가 유럽을 방어해주지만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는 유럽이 우리의 기지 사용 권리를 거부하는 것이라면 이는 좋은 협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작전이 끝나면 대통령과 우리 나라(미국)는 이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나토 동맹 관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로타 공동기지에 정박한 스페인 항공모함
로타 공동기지에 정박한 스페인 항공모함(로타 <스페인 카디스주> 로이터=연합뉴스) 2026년 3월 15일 스페인과 미국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페인 카디스주 로타 해군 공동기지에 스페인 항공모함 ‘후안 카를로스 1세’ 호가 정박해 있다. (REUTERS/Nacho Doce) 2026.3.31.

나토 측은 AP통신의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이번 조치가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스페인과 달리 대부분의 나토 유럽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이 계속 지원해줘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래 서방 지도자 중 가장 강력하게 반전 목소리를 내왔으며 전쟁 직후에 로타 기지와 모론 기지의 이란 전쟁 이용 불허 방침을 미국 측에 통보했다.

3월 3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페인이 이란 전쟁 관련 공동기지 사용 불허 방침을 세우고 GDP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올리라는 요구를 거부한 데 따른 보복조치로 스페인과 무역을 전면 단절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과 나토가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 증가를 촉구해온 가운데 스페인은 자국 국방비를 GDP의 2.1%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는 나토 회원국들이 합의한 GDP 대비 5% 국방비 지출 목표보다 현격히 낮다.

AP통신에 따르면 나토 동맹국이 다른 동맹국의 군사 작전을 위한 영공이나 기지 사용을 불허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6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겨냥한 미군의 작전 당시에 영공 통과를 거부한 바 있으며, 이 때문에 대서양 양안 관계가 경색됐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터키는 미국 지상군의 자국 영토 통과를 거부했으나 영공 통과는 허용한 바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전쟁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군과 영국군의 영공 이용은 허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