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경고 뒤… 중국, “러시아에 더 많은 지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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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에 대해 2차 제재, 즉 100% 관세 부과를 경고한 다음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에 대한 지원 강화를 공식 약속했다.

중국과 러시아 각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15일 베이징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베이징과 모스크바 간의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며 다자간 무대에서 상호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러시아가 50일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 합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석유 수입국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 이후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전에는 24시간, 그 다음에는 100일이더니, 이제는 또 50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미국 대통령의 기준인지 이해하고 싶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이미 전례 없는 수준의 제재에 직면해 있으며, 앞으로 있을 제재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와 협상뿐”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방중 일정 중 톈진에서 열린 제25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했으며, 인도, 파키스탄, 이란의 외교장관들과도 회동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라브로프 장관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이 “전방위에서 러시아-인도 간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 외교부는 이 회담 내용을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하지 않았다.

핀란드에 본부를 둔 에너지·청정대기 연구센터(CREA)의 7월 11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금수 조치를 단행한 이후, 중국, 인도, 터키가 러시아 에너지의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2022년 12월 5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중국은 러시아 원유 수출의 47%, 인도는 38%를 수입했으며, 같은 기간 러시아 석유 제품의 26%는 터키, 13%는 중국이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발언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가 러시아 제품에 대한 100% 관세는 물론, 러시아 수출품을 구매하는 국가들에 대한 ‘2차 제재’를 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상원의원 100명 중 85명이 러시아를 돕는 국가에 최대 5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안에 공동 서명했다. 다만 공화당 지도부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전쟁 종식과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준 데 대해 감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50일 유예 경고가 일시적 안도감을 제공하면서 국제유가도 지난 15일 기준으로 1% 미만 하락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러시아에 군수 물자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칼라스 EU 외교정책 대표는 이달 초 중국 외교부장 왕이와의 회담에서 “중국은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이 중국에 더 집중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U는 중국이 러시아 군수산업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중국 및 홍콩의 33개 기업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으며, 이들 기업이 이중 용도 부품과 첨단 기술을 러시아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정부도 지난 2024년 10월, 러시아와 함께 완성형 무기 시스템을 개발·제조한 중국 기업 2곳에 대해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또한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중국이 최소 20곳 이상의 러시아 군수 공장에 공작기계, 특수 화학물질, 화약, 드론용 전자부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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