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곧 중국, 러시아에 따라잡힐 수도…”
러시아 “미국이 하면 우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1992년 이후 33년간 자제해온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이 핵무기 현대화에 나서는 가운데, 미국도 이에 대응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9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타국들이 계속해서 핵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우리도 동등한 기준으로 핵실험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임기 동안 기존 무기들을 개조하고 현대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두 번째, 중국은 세 번째지만, 5년 이내에 중국이 우리의 핵 능력을 따라올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실험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실험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핵무기 실험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핵실험을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동등한 기준”이라는 발언을 토대로, 실제 폭발을 일으키는 핵실험보다는 미사일 시험이나 잠수함 발사 같은 핵 전력의 성능 시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최근 몇 달 사이에 러시아와 중국의 핵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핵무기 탑재 가능성을 가진 수중 무인기 ‘포세이돈’과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의 실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핵무기 실험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실상 강대국 간의 군비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1990년 마지막으로 핵실험을 진행했으며, 미국 역시 1992년 이후 실험을 자제하고 있다.
중국은 1996년 이후 핵실험을 중단했으나, 핵탄두 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며 ‘전략적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와의 핵 격차를 줄이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러시아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누군가 핵실험을 재개하면,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우리는 아무도 핵실험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부레베스트니크 실험은 핵시험이 아니며, 미국은 이를 핵실험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 군비 경쟁이 격화되는 배경에는, 내년 2월 만료되는 ‘뉴스타트(New START)’ 조약이 있다. 이 조약은 양국의 핵무기를 감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만료 후에는 제약이 사라지면서 제한 없는 군비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의 ‘딥컷츠 프로젝트’는 뉴스타트 조약이 종료되면, 중국의 핵 증강과 맞물려 제한 없는 핵 군비 경쟁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발표는 이러한 군비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대립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강대국들은 핵무기를 전략적 우위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스텔스기와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은 핵무기의 전략적 효용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핵 군비 경쟁은 군사적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안보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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