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50년 모기지’ 추진… “90세까지 집값 갚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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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내 집 마련 숨통 vs 빚 90세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주택 구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상환 기간을 50년으로 늘리는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평생 빚을 지는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빌 펄티 청장은 최근 “50년 모기지는 완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도입 검토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국책 주택금융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통해 장기 대출 제도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50년 모기지’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게시했다. 그는 30년 모기지를 도입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사진 옆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그래픽을 올리며 “이 제도로 미국인의 주택 구입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30년 만기다. 새로 검토 중인 50년 모기지는 월 상환액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상환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전체 이자액은 거의 두 배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40만 달러 주택을 6~6.5% 금리로 대출할 경우, 30년 만기 대출의 월 상환액은 약 2,000달러 수준이지만 50년 만기로 하면 약 1,800달러로 200달러가량 줄어든다. 그러나 이자만 따져도 30년 대출은 약 43만~46만 달러, 50년 대출은 80만~100만 달러에 달해 장기적으로 부담이 크게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가 ‘복리 구조의 모기지 상환 방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모기지 대출은 단순히 원금에 연이자를 곱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달 남은 원금에 대해 이자가 붙는 원리금 균등상환(Amortized loan) 방식으로 계산된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월 납입액의 대부분이 이자로 빠져나가고, 원금은 천천히 줄어든다. 이 때문에 상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 계산의 기준이 오래 유지돼 전체 상환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다.

TD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전략가는 “50년 모기지는 자산 형성 속도를 크게 늦추는 제도”라며 “월 부담은 약간 줄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구매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연맹의 샤론 코넬리센 국장도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이 이미 40세인데, 50년 대출을 택하면 은퇴 이후까지 빚을 갚게 된다”며 “사실상 90세에야 자기 집을 소유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민의 주택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이며, 세부 정책은 추후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정책을 주택 공급난 해소와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팬데믹 이전보다 약 25% 상승한 41만 달러 수준이며, 모기지 금리는 여전히 6%대를 유지하고 있다. 레드핀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인 가정의 주거비 부담은 소득의 39%로, 권장 기준 30%를 크게 웃돈다.

한편 FHFA는 장기 대출 외에도 주택담보대출의 양도 및 승계가 가능한 ‘포터블(Portable) 모기지’와 ‘어슈머블(Assumable) 모기지’ 등 대안적 제도도 함께 검토 중이다. 다만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대출 규정 변경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해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분석가 조엘 버너는 “50년 모기지는 단기적으로 주택 구매 여력을 높일 수 있지만, 공급이 늘지 않으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장기 대출은 일시적 처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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