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장익경의 대한민국 명인 명품 시리즈] 밸라 한이 꿈꾸는 미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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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회를 통해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는 밸라 한 씨.

“우주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미술로 승화시켜 펼쳐보고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

이 세상에는 사실 예술품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보여지거나 보여지지 않는 모든 것이 그러하며, 특히 보여지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보이는 것을 그림이나 돌, 나무 등으로 표현하며 신의 생각을 전해 왔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미술품을 보면 경이로움과 황홀감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런 신의 생각을 전하는 미술품을 선별해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밸라 한이 꿈꾸는 미술 세계. 밸라 한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질문 1.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기존에 평범하게 일상을 살던 중 우연히 몇 해 전 집 근처 갤러리에서 아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갤러리에 자주 초대해 주셔서, 그냥 가기엔 민망해 와인 한 병을 들고 작가와 그림을 보러 갤러리에 갔습니다. 그 만남이 그림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림은 제게 공기와 같은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꼭 만나야 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인연처럼 느껴졌습니다.

질문 2. 전시회 일을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아이 셋을 키우던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집안일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늘 “혹시 회사를 운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

질문 3. 전시 사업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2019년 말, 전시회를 갔다가 평소 알고 지내던 갤러리스트 한 분이 이 일을 권유했습니다. 10년 정도 그림을 감상해 온 경험이 저에게 맞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그림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망설여졌지만, 작가들의 삶과 창의적인 생각을 알아가는 것이 흥미로워 결국 뛰어들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뉴욕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기생충’ 평창동 응접실에 놓인 설치 작품의 작가 박승모 작가 개인 딜러를 맡았습니다. 2년 정도 경기도 양평에 있는 그의 2,000평이 넘는 작업실을 자주 방문하며 기업회장님이나 골프장 회장님들을 모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질문 4.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화가와 그림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나요?

처음에는 중견 작가와 신진 작가의 작품을 다양하게 전시했습니다. 그러나 상업 갤러리인 만큼, 많은 그림 애호가들의 취향에 맞으면서 가치가 높은 작품, 그리고 판매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선별해 전시하게 됐습니다.

질문 5. 현대인에게 그림이 주는 정신적 행복은 무엇인가요?

존스홉킨스대 뇌과학자 수전 매그새먼과 구글 디자인 아티스트 아이비 로스가 공저한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그림을 보는 순간 뇌의 신경 가소성이 활성화됩니다. 신경 가소성이란 뇌가 신경 연결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재배치하며 스스로 재배선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림을 보면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 기분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명상과 같은 정신적 휴식을 제공합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느끼는 것’에 집중하게 되며, 공감 능력이 향상됩니다. 한 장의 그림은 일상의 사물, 도시, 사람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감수성과 사고를 확장시킵니다. 또한 어떤 그림에 끌리는지는 자신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보여주어 자기 정체성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자기 이해와 성장을 돕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을 보러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야 합니다.

질문 6. 그림이 경제적 투자 가치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구매할 때 “이 그림은 가치가 오를까요?”라고 묻습니다. 한국에는 수천 명의 작가가 있습니다. 물론 가치 있는 작품이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투자 가치가 있는 작품은 콜렉터층이 두터운 작품을 선택하면 됩니다. 아직 떠오르지 않은 작가라도 꾸준히 작업하고 많은 콜렉터에게 사랑받으면 작품가는 상승할 수 있습니다.

질문 7. 증여·상속에도 그림을 활용할 수 있나요?

2023년 1월부터 한국에서는 세금을 현금 대신 물건(그림)으로 납부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제도로, 한국 자산가들도 절세 목적으로 그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질문 8. 그림에 대한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은?

처음 갤러리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저는 고독하게 작업하며 가난하게 살고 있는 작가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피카소처럼 살아 있을 때 그들의 작품을 팔아 작가들이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국가나 관련 기관이 작가들이 보다 윤택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하는 일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창조성을 발휘하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며, 느리게 살아가는 여유와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장익경 시카고 한국일보 한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