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이 국회에 상정된 후 제정까지 짧게 보면 19년, 길게 보면 100년이 걸린 셈입니다”
지난 2024년 8월,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이라는 오랜 숙원을 해결하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큰 그림은 그려졌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이제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간호법 제정보다 그 이후의 일이 더 큰 숙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어떤 현안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간호법의 전사’라는 별명을 지닌 신경림 간호법제정특별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질문
간호협회로서는 참으로 의미가 깊은 2024년이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간호법 제정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위원장으로서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답
2024년은 저에게 사적 공적으로 의미가 남다른 해였습니다. 먼저 공적으로는 대한간호협회가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였고, 때마침 19년 동안 힘써왔던 간호법도 제정이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간호사로서 정말 기쁘고 보람찬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사적으로는 ‘간호 100년 대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누린 해이기도 했습니다. 간호협회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 선배, 후배, 동료들이 적지 않은데 저에게 이런 큰 상을 주셔서 영광과 기쁨 한편에 미안한 마음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남은 여러 가지 숙제를 잘 해결하라는 격려의 상이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간호협회를 위해 일할 생각입니다.
질문
당시 대상 수상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상금 1억 원을 그 자리에서 바로 간호협회에 쾌척하셔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습니다.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답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간호 100년 대상’은 저 개인에게 주어진 상이 아니라 간호법 제정이라는 큰 흐름을 저와 함께 만들어낸 간호사 모두가 받아야 할 상입니다. 그에 따른 상금 역시 앞으로도 계속 간호의 길을 걸어갈 후배들과 간호의 미래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상금이 기금이 되어 간호의 미래를 밝히는 의미 있는 시작이 되길 바라며, 한국 간호 발전을 위한 기부 문화가 간호계 내부에서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질문
지난 2022년 11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5만여 명의 회원이 모인 여의도 집회에서 ‘삭발’을 하셨죠? 그 이후에도 계속 거리 집회를 이끌었고, 4년가량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간호법=신경림’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답
사실 2024년 8월 간호법이 제정되던 그 날까지 몇 년 동안 제대로 집에 들어간 일이 별로 없어요. 대한간호협회 사무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자면서 간호법 제정에 온 힘을 다했죠.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온통 간호법 생각밖에 없었어요. 저 때문에 간호협회 임원들도 고생을 많이 했죠.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곤 했거든요. 옛 어른들이 ‘고생 끝이 있다’고 하시더니, 많은 사람의 고생이 큰 성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위원장님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호법 제정이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였나요?
답
간호법이 국회에 상정된 후 제정까지 짧게 보면 19년, 길게 보면 100년이 걸린 셈입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에요. 간호법이라는 큰 기둥은 세워졌지만, 지붕도 씌우고 벽도 세워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올해 6월에 시행이니까 몇 달 남지 않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핵심 쟁점인 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범위를 시행령으로 구체화해야 합니다. 또 의료법, 건강증진법, 건강보험법, 지역보건법 등 관련 법과의 연계와 균형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제 숙원 과제는 끝냈으니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는 간호와 돌봄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간호법의 중요성이 더 커질 거예요.
질문
어느 해든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지만 특히 2025년은 간호협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간호법 제정에 온 힘을 쏟았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 제38대 간호협회장으로서 ‘K-코로나 방역’을 이끌며 간호사에 대한 전폭적인 국민적 지지를 끌어냈던 위원장님의 2025년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답
네 맞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2024년의 간호법 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호법’이라는 틀에 들어갈 내용을 제대로 채워 넣지 못하면 19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과장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지난 19년간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각종 ‘사태’를 생각하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지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오직 ‘간호법 제정’만 생각하며 싸워왔던 사람으로서, 간호법 시행에 앞서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2025년의 제 각오는 한마디로 제 손으로 시작한 일을 제 손으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이 ‘간호 100년 대상’을 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는 저의 마지막 임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장익경 시카고 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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