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이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해 통화정책 당국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3월 30일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질의응답 행사에서 “에너지 공급 충격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친다면 이를 넘어서는 시각에서 물가 안정과 고용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는 단기적으로는 다소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시장의 불안감은 다소 완화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올해 12월까지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2.2%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불과 며칠 전 5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현재 기준금리 목표 범위인 3.5~3.75%에 대해 파월 의장은 “현재로서는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장기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통화 긴축 정책의 효과가 경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그 효과가 나타날 시점에는 유가 충격이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 충격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이를 ‘통과해 보는(look through)’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준 이사 스티븐 미란은 오히려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향후 1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약 1%포인트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준 내부에서는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달 초 회의에서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올해 한 차례 금리 인하와 2027년 추가 인하가 예상되지만, 19명의 위원 중 7명은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의 인준은 현재 지연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 연준 청사 개보수 관련 수사 종료를 요구하며 인준 절차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또한 미 연방검사 지닌 피로는 파월 의장과 연준을 대상으로 한 소환장 발부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이에 항소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향후 유가 흐름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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