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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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oxnew

FBI, 미 공립학교 내 130만 건 범죄 보고
폭행·성범죄 다수 포함…

FB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전역의 공립학교에서 약 130만 건에 달하는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약 54만 건의 폭력 사건과 4만5천 건의 성범죄가 포함돼 있어, 학교가 더 이상 안전한 배움터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2일 공개됐으며, 자료를 제출한 법집행기관은 전체 약 1만8천 개 기관 중 절반 수준인 약 9천 곳에 불과하다. 보고되지 않은 지역까지 감안하면 실제 범죄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내에서 발생한 범죄 중 다수는 폭력 사건이며, 성범죄 또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학생들이 학습과 성장을 위해 가야 할 학교가, 오히려 폭력과 학대, 혼란이 만연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교직원이나 교내 인물을 통한 피해 사례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위험군에 속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각 주 정부에 지침을 내린 바 있다.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립학교나 차터스쿨(공립이지만 운영 방식이 자유로운 학교)은 일반 공립학교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D.C.의 한 실험에서는, 사립학교에 다니게 된 학생들이 공립학교 학생보다 학교를 ‘매우 안전하다’고 느낀 비율이 34% 더 높았다.

공립학교 문제는 안전 문제뿐만이 아니다. 2024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의 80개 공립학교에서는 단 한 명의 학생도 수학 성적이 기준 이상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육 실패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며, 특히 교원 노조가 교육 개혁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문제도 심각하다. 2004년 교육부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 전 약 10%의 학생이 교직원에게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나타났다. 2023년 조사에서도 졸업생 10명 중 1명 이상이 교사로부터 부적절한 행동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응해 텍사스 주는 올해 성범죄 관련 법을 강화했다. 이제 공립학교나 교직원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면책특권 없이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은 성범죄 피해자가 해당 교육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조치로, 그동안 시스템에 의해 묵인되었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면, 학부모는 아이를 다른 학교로 옮길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FBI 보고서는 공교육의 심각한 문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교육 시스템 개혁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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