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형제교회 재정담당
▶ 7년여간 회계 장부 조작
▶ 교회 카드로 금괴 구입 등
▶ 교회측 “변호사 선임 조사”
워싱턴주의 대형 한인 교회에서 재정 담당 전도사가 100만 달러에 달하는 교회 돈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가 해임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한인 교계와 현지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서북미 최대 한인교회인 시애틀 형제교회(담임 권준 목사)는 지난 16일 열린 공동의회에서 이 교회의 재정을 담당했던 성모(52) 전도사가 교회 자금으로 골드바를 구입하고, 이와 별도로 100만여 달러를 횡령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성 전도사는 교회 재정을 담당하는 사역자로 일하면서 지난 7년간 치밀하게 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애틀 한인사회는 물론 교계 전반에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형제교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교회와 부속 학교인 UCIC의 재정을 담당했던 성 전도사는 교회 비즈니스 카드를 사용해 코스코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0만 달러 상당의 골드바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그는 해당 금액을 개인 자금으로 교회에 변제했다고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변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회 측은 밝혔다.
교회 측은 지난 여름 성 전도사의 교회 자금 유용 사실을 인지한 뒤 당회를 열어 해임 여부를 논의했으며, 결국 해임을 결정했다. 이후 교회는 성 전도사가 오랜 기간 재정을 담당했던 만큼 추가 횡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사 결과 그는 지난 7년간 정교한 회계 장부 조작 등을 통해 교회 자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거나 타 교회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약 110만 달러 규모의 재정을 횡령 및 유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은행 거래명세서까지 조작하는 등 체계적 회계 조작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권준 담임목사는 지난 9일 주일예배 설교에 앞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회수위원회 구성 방침을 설명했으며, 지난 16일 공동의회에서 사건 경과와 조사 내용을 교인들에게 보고했다. 이날 공동의회에서 조사를 담당한 박유신 장로는 “사역자가 카드로 현금을 빼내는 방식,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 수수료를 부풀린 것, 금액 자체를 부풀리는 방식 등 다양한 수법으로 7년간 총 113만6,866.69달러를 횡령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교회 측은 진상조사위원회가 회계나 법률 전문가 그룹이 아닌 만큼, 변호사를 선임해 회계 부정 및 횡령, 법적 책임 문제 전반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성 전도사는 유학생 출신으로 워싱턴 주립대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한 뒤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으며, 20여 년 전 형제교회 전도사로 부임해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교회는 그가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재정을 맡아온 만큼 추후 신학 공부를 조건으로 ‘전도사’ 직분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 관계자는 “성 전도사의 횡령을 목회자들이 묵인하거나 방조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형제교회는 재정에 있어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 역시 철저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애틀 형제교회 웹사이트에 따르면 올해로 창립 54주년을 맞은 이 교회는 시애틀 지역 바델 캠퍼스와 다운타운 캠퍼스, 벨뷰 캠퍼스 등 3곳의 교회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창립 54주년 감사예배에 모인 교인수가 2,000여 명에 달하는 등 서북미 지역의 최대 규모 한인 교회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