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박찬영씨 교통시비 총격 사망…타코마중앙장로교회 40대 장로, 19일 레이시 도로서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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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 “음악 재능 지닌 신실한 신앙인”…용의자는 24세 군 관계자

워싱턴주에서 한인이 교통 시비(road rage)로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경찰과 지인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9일 밤 8시50분께 올림피아 인근 레이시 지역 마빈로드 북동쪽 2400블록 도로에서 발생했다. 차량 운전 문제로 시비가 붙은 끝에 24세 군 관계자로 알려진 남성이 한인 박찬영(영어명 에디 박•48)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박씨는 총상을 입고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당시 차량에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6세 큰아들과 7세 둘째 아들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현재 레이시에 거주하며 올림피아 우체국에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타코마 지역 한인 교회인 타코마중앙장로교회 장로로 섬겨왔다.

타코마중앙장로교회 관계자는 “박 장로는 2년 전 장로 안수를 받았으며, 예배 음악 사역에 남다른 헌신을 보여온 분”이라며 “부인 역시 교회 반주자로 섬겨왔다”고 전했다. 이어 “항상 온유하고 신실한 믿음으로 봉사해온 분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비보에 교인 모두가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고가 교회의 성탄 일정과 맞물려 발생했다는 점이다. 21일 주일에는 박 장로가 담당해 온 음악 사역팀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 음악 예배를 드릴 예정이었으며, 박 장로는 성탄절인 25일 자신이 직접 만든 음악으로 음원을 발표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 안팎에서는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와 유가족 측은 부검이 마무리되는 대로 장례 일정을 논의할 방침이며, 유가족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24세 군 관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당국은 박씨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를 2급 살인 혐의로 체포해 서스턴카운티 구치소에 수감했다고 밝혔다. 이 용의자가 현역 군인인지 군무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서스턴카운티 검시소는 오는 23일 박 장로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어이없는 교통 시비로 한인이 희생되면서 타코마중앙장로교회는 물론 워싱턴주 한인사회 전체가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신실한 신앙과 섬김의 삶을 살아온 한 가장이자 교회 지도자의 비극적인 죽음에 한인 커뮤니티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정의로운 사법 처리를 촉구하며, 유가족을 위한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미국에서는 총기 사건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교통과 관련해서도 다른 운전자와 시비를 벌이지 말고, 갈등이 예상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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