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멸망하는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 시계’가 자정 전 85초로 앞당겨졌다. 이는 1947년 시계가 만들어진 이후 인류 역사상 멸망에 가장 가까워진 기록이다.
과학자 단체인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27일 발표를 통해 지구가 그 어느 때보다 파멸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자정 전 90초였던 시계는 1년 만에 5초가 더 줄어들었다.
핵과학자회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네 가지를 지목했다. ▲핵전쟁의 위험 ▲기속화 되는 기후변화 ▲생명공학 기술의 오남용 ▲통제 없는 인공지능(AI)의 확산이다. 이 시계는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할 가능성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단체는 “오랜 시간 어렵게 쌓아온 국제적 합의가 붕괴하고 있으며, 승자독식 식의 강대국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실존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연루된 분쟁이 확전될 가능성을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 충돌, 그리고 지난해 여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 등이 주요 사례로 거론됐다.
핵과학자회보 과학·안보위원회 의장인 대니얼 홀츠는 “세계가 ‘우리 대 그들’이라는 제로섬 구도로 갈라질수록,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국제적 신뢰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또한 가뭄, 폭염, 홍수 등 지구온난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재난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화석연료 산업을 장려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지구 종말 시계’는 1947년 처음 도입됐다. 냉전 종식 직후에는 자정까지 17분 전까지 멀어졌으나,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분 단위가 아닌 초 단위로 조정되고 있다.
단체는 “각국 지도자와 국제사회가 협력해 핵전쟁, 기후위기, 첨단기술 통제 문제 등 실존적 위험에 공동 대응한다면 시계를 다시 뒤로 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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