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 출생으로, 재치 있고 재미있는 이미지들을 사용한 초현실주의 작품을 주로 제작하였다. 생소한 배경에 친숙한 물건들을 기괴하게 배치하는 기법을 ‘데페이즈망’(추방이라는 의미)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떤 물체를 본래 있던 곳에서 떼어내 다른 곳에 배치하는 것으로 초현실주의 그림에 사용함으로써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면을 구성해 낸다. 이는 보는 이에게 심리적 충격과 함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해방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그리트는 벨기에의 양복 재단사와 모자 상인 사이에서 태어나 왕립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하였고, 포스터나 광고 디자이너 등의 다양한 일을 하다가 한 화랑과 계약을 맺으며 회화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에 중절모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마그리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다. 곧 그 자신의 자화상이자 동시에 그가 살았던 20세기 초의 어느 익명의 인물을 표현하기도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의 충격적 경험이 침묵 속에서 발효되어 만들어진 이미지가 바로 이 작품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모습은 필요 없고, 단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볼 뿐이다.
마그리트는 7세 때 공동묘지 납골당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를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14세 때에 불행히도 그의 어머니가 강물에 투신자살한 후, 그 시신의 얼굴을 흰 천으로 가린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때의 트라우마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로 남아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설이 있다. 다행히 그의 아버지는 3형제 중 맏아들인 마그리트의 재능을 알아보고 응원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마그리트는 24세에 세 살 아래인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작품 활동에도 매진했지만, 당시에는 비평가들과 미술 애호가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36년 뉴욕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을 계기로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게 된다.
독일군이 벨기에를 점령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불안감에 의한 일시적 저항으로 마그리트의 작품에 강렬한 색채가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는 마그리트 자신다운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된다.
20세기 미술사에 있어 르네 마그리트만큼 심오한 수수께끼를 지닌 화가도 드물 것이다. 마그리트에게 있어 회화의 진수란, 눈을 뜨고 있든 감고 있든 회화적 기법을 통해 예견되지 않은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70세에 암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마그리트는 언제나 화가보다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길 원했으며, 말년의 작품에는 존재와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던 그의 철학적 회화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나의 과거를 싫어하고 다른 누구의 과거도 싫어한다. 나는 체념, 인내, 직업적 영웅주의, 의무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감정을 혐오한다.”
“나는 냉소적인 유머와 주근깨, 여자들의 긴 머리와 무릎, 자유롭게 뛰노는 어린이들의 웃음, 골목을 뛰어다니는 어린 소녀들을 좋아한다.”
“나는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의 형체를 그리려 하는 것은 너무 순진하고 어리석은 것이기 때문에 나는 보이는 것만을 그린다.”
“나의 회화에는 상징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징은 시의 신비한 현실에 집착하기 위한 것이며, 전통에 매우 충실한 생각에 속한다.”
“초현실주의는 우리가 꿈을 꾸면서 가졌던 것과 유사한 자유를 실제 삶에서도 요구한다.”
마그리트는 생전에도 미술가로서 유명했지만, 사후에는 그의 작품들과 그것들이 끼친 영향으로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현대 미술에서의 팝 아트와 그래픽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고, 대중매체의 많은 영역에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를 제작한 워쇼스키 형제는 마그리트 작품 속의 ‘검은 중절모 신사’에서 영감을 받아 스미스 요원을 탄생시킨다.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마그리트의 열렬한 팬으로, 자신이 만든 음반사인 애플 레코드사의 이름과 로고를 마그리트 그림 속의 사과로부터 따오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피레네의 성”'(1959)과 ‘올마이어의 성'(1951)에서 모티브를 얻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작한다.
홍성은 작가
시카고 한인 미술협회 회장
미술 심리치료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