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 van Gogh 1853-1890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고흐는 목사의 아들로, 교사·전도사·화상 조수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27세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약 900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지만, 실제로 그림을 그린 시간은 불과 10년이다. 특히 생애 마지막 3년, 남프랑스 아를로 옮긴 뒤 후기 인상파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890년 파리 북동쪽 오베르 쉬르 와즈에서 7월 27일, 37세의 나이로 권총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불과 70일 동안 남긴 작품만 해도 70점에 이르며, 그중에는 널리 알려진 명작들도 다수 포함된다.
고흐는 그의 명성에 걸맞게 위작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데, 정신분열증을 앓던 그를 돌본 주치의이자 후원자이며 화가였던 가셰 박사(1828-1909)도 그 중심에 있다. 가셰 박사는 당시 인상파 화가들을 후원하면서 세잔느, 고흐, 피사로, 르누아르 등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였는데, 고흐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그는 외로운 고흐의 정신적 친구가 되었으며, 그의 고통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도록 도왔다. 그러나 고흐가 자신의 딸 마르그리트와 가깝게 지내게 되자 고흐를 냉랭하게 대했고, 그런 그의 태도가 고흐 자살의 한 원인이 됐다고도 전해진다. 고흐는 마르그리트의 초상화를 여러 점 그렸으며, 그녀는 77세로 숨질 때까지 결혼하지 않고 은둔해 살았다. 가셰 박사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고흐를 이용해 많은 작품을 그리게 하고 그 소유권을 가로챘다는 의혹과 고흐의 그림을 베낀 위작범으로도 의심을 받기도 하는 등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물며 치료비 대가로 줬던 고흐의 그림이 가셰 박사 어머니 집 닭장막이로 쓰였다는 일화도 있다.
지금은 고흐의 그림이 가치를 인정받아 수천만 달러에 거래되지만 고흐가 생전에 판 작품은 단 한 점, ‘붉은 포도밭’이었다. 그는 평생을 동생 테오의 보살핌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고흐를 이야기할 때 고갱을 빼놓을 수 없다. 테오의 배려로 1887년 파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화가이자 친구로서 특별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자기중심적인 고갱과 감정 기복이 심한 고흐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고갱이 고흐의 집에 머문 두 달간 갈등과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고갱은 예전부터 화가들과의 공동생활을 통해 자극을 받아왔지만, 고흐는 늘 혼자 작업해온 터였다. 고흐는 고갱을 높이 평가하며 자신 또한 그에 필적한다고 여겼지만, 고갱은 “그는 물감을 두껍게 올리는 우연한 효과를 즐기지만, 난 그런 어수선함이 싫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런 말은 오랫동안 상실감을 안고 살아온 고흐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마침내 고갱은 당시 자신을 후원했던 고흐의 동생 테오에게 이제 파리로 돌아가겠다는 편지를 쓰겠노라고 고흐에게 통보하였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고흐는 크리스마스를 이틀 남겨둔 날 면도칼을 손에 들고 고갱의 산책길을 뒤따라간다. 놀란 고갱은 집으로 달아나고 그날 밤, 손에 들고 있던 면도칼로 고흐는 자신의 귀를 도려낸다. 이 사건으로 고갱과의 인연은 끝이 난다.
고흐는 살면서 수많은 편지를 썼는데, 특히 테오(형의 죽음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상심하다 그도 6개월 후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에게는 무려 700여 통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반 고흐는 그림뿐 아니라 글에서도 뛰어나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끊임없이 표현했다. 또 많은 자화상을 남기며 스스로를 계속 들여다보려 했던 것 같다. 반 고흐가 사후에 미술사 속에서 찬란히 빛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동생 테오의 아내 요 봉어르의 헌신적인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고흐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과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들을 발견한 그녀는, 이를 매스컴에 적극적으로 알리며 그의 예술 세계를 세상에 전했다. 나아가 그녀는 고흐를 기리는 마음으로 『빈센트를 위해』라는 책까지 집필하며, 그의 예술과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하는 데 힘썼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반 고흐는 오늘날, 현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감미로운 어쿠스틱 기타 선율로 시작되는 1972년 돈 맥클린의 곡 “Vincent (Starry Starry Night)”을 함께 떠올려보면 좋겠다. 가난과 시대와의 불화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간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추모하며 만든 이 노래는, 그의 삶과 예술을 더욱 깊이 되새기게 한다.

홍성은 작가
시카고 한인 미술협회 회장
미술 심리치료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