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고공 행진, 1,500원 돌파 가능성
시카고대 연간 학비 1억 원 넘어설 수도…
한국 방문 비용↓, 한국행 계획하는 한인 증가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에 근접하며 치솟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82.70원을 기록하며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달러를 살 때 환율은 이보다 비싸다. 일부 시중은행과 공항 환전소에서는 달러를 살 때 1,537원까지 적용되는 등 체감 환율은 더욱 높다.
환율 상승 배경에는 한국 내 고물가와 경기 둔화, 글로벌 달러 강세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는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부담을 완화하고 외국계 은행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상향하는 등 달러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놨지만, 구조적인 달러 수요 증가와 투자심리 영향으로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이 1,500원대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유학생 가정은 이미 실질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올해 자녀를 일리노이주의 한 대학에 입학시킨 유학생 부모 김정근 씨(가명)는 “지난 학기 초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였는데, 환율이 계속 오른다면 다음 학비는 1억 원을 넘어설 수 있고,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부담이 훨씬 커질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비주얼 캐피털리스트(Visual Capitalist)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등록금이 비싼 대학 중 하나인 시카고대의 연간 학비는 7만1,300달러다.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9,840만 원에 달한다.
조지아 주에서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정진구 씨(가명)도 환율 급등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는 “일부 주재원들은 월급을 원화 기준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송금하면 환율이 오를수록 실질 수령액이 줄어 손해가 커진다”며 “체류비를 절약하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율 상승으로 달러 예금과 보험 가입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한국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은 전월 대비 약 40억 달러 증가했고, 달러 보험 판매도 지난해 전체보다 많아졌다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는 “원화 자산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고객들이 달러나 엔화 같은 기축통화 자산 축적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고환율 기조는 한국 여행을 계획하는 미국 거주 한인들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한인 원로는 “환율이 높아지면서 한국 방문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하와이 여행에서 한국행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물가 안정과 한미 무역 협상 진전, 외환시장 유동성 확대 정책 등이 맞물리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1,5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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