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지역의 치명적 홍수로 100명 이상이 숨진 가운데, 주·지방·연방 당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홍수 경고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사망자가 집중된 커 카운티와 그 일대는 평소에도 갑작스러운 폭우에 취약한 지역으로, 석회암 협곡과 수많은 계곡, 강가 캠프장이 혼재된 지형이다. 폭우가 몰아치기 전까지 지역 지도자들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기상전문가들과 국토안보부(DHS), 연방기상청(NWS)은 며칠 전부터 점차 수위를 높여온 경고가 있었고, 실시간 예보도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기상청 노조의 전 입법국장이었던 존 소키치는 더힐에 “홍수 예보 시스템은 특정 지역에 국지적으로 강수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3마일 차이만으로도 결과가 전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NWS는 위험 수위가 높아지면 지역 전역에 걸쳐 점차적으로 경고를 강화하며, 결국 ‘재앙 수준(catastrophic)’ 홍수 경보까지 발령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 정보를 받았는지 여부였다.
캠프장 인근 주민 아만다 수 존스는 “밤새 연방기상청의 경고 알림을 휴대전화로 받았다”고 했지만, 캠프장에서 ‘고지대로 이동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것은 물이 발밑까지 차오른 후였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너무 늦었다. 단 몇 분 만에 가족이 머물던 캠핑카가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홍수 발생 직후, 커 카운티 판사 롭 켈리와 텍사스 응급재난관리국장 님 키드는 “예보가 이 정도 강우량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기상학자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기상학자 라이언 마우는 “예보가 약했다고 비난받는 이유는 키드 국장이 부정확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며, “기상청은 이미 이틀 전부터 충분한 경고를 내보냈다”고 반박했다.
캠프 미스틱을 포함한 지역 내 캠프장들 역시 제때 경고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은 “과정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으며, 앞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을 신속히 대피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한다. 연방기상청의 인력 감축으로 인해 ‘경고’는 내보낼 수 있어도, 그 경고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역량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UCLA의 기상학자 대니얼 스웨인은 “사람과 시간 여유가 없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게 대중 전달이다”라고 꼬집었다.
커 카운티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약 100만 달러 규모의 자동경보 시스템 구축 예산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텍사스 주의회 하원은 경보 시스템 구축을 위해 5억 달러 지출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 폐기됐다. 반대표를 던졌던 지역구 의원 웨스 버델은 이번 참사를 겪은 뒤 “지금 돌아보면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대 재난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캐리 스티븐스 교수는 “텍사스 주민 상당수가 자신이 홍수 위험 지역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20피트 이상 물이 순식간에 불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 상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가홍수평야협회(Association of State Floodplain Managers) 회장 채드 버기니스는 “캠프장 같은 지역은 사이렌이 아니라, 자체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날씨가 악화되면 직원이 밤새 기상 라디오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있다”며,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사전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라도 이 사태를 분석하고,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비극 속에서 책임이 생긴다”고 말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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