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이 바뀌었다” 구인난에 몸값 오르는 구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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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퇴직자 수가 44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보이면서 구인난에 봉착한 미국 기업들이 직원 모시기에 나서면서 구직자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로이터]

임금인상·보너스·승진 등 제시하며 인력확보 ‘혈안’
직원들은 ‘직장 샤핑’ 나서고, 퇴직자는 역대 최대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란 말이 회자될 만큼 구인난이 장기화되면서 인력을 구하지 못한 미국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급여와 근무 환경이 더 나은 것으로 이직마저 크게 증가하자 임금 인상과 함께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면 인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선 그야말로 ‘갑’과 ‘을’이 전도된 새로운 노사관계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미국 내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일할 사람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기업의 구인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퇴직자 수의 급상승이다.

지난 12일 연방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직장을 그만 둔 퇴직자의 수가 440만명으로 지난 8월 430만명의 퇴직자에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9월 퇴직자 수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3% 수준으로 2000년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퇴직 사태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서비스업종과 지방 정부 교육 부문, 엔터테인먼트 및 오락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AP 통신은 미국 퇴직자 수가 급증한 데는 구인난 타개를 위해 임금 인상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을 하는 행렬이 이어진 탓이라고 전했다.

이직으로 인한 퇴직자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하는 미국 기업들은 추가 임금 인상이나 혜택이라는 당근책으로 직원 찾아 나서고 있다.

당장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연말 특수를 앞둔 미국 유통업계는 각종 혜택을 쏟아 내고 있다.

아마존은 내년 1월부터 미국 내 파트타임 직원 75만명을 대상으로 90일 이상 근무한 경우 대학 진학시 학비 전액을 지원한다. 대형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친구나 가족 등을 신규 직원으로 소개하는 기존 직원에게 최대 5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월마트 역시 시급을 최대 17달러로 인상하고 대학 학비 지원과 같은 혜택을 약속했다.

연말 항공 여행 성수기를 맞아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도 직원 모시기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이달 23일부터 29일과 다음달 22일에서 내년 1월2일 사이에 비행에 나서는 승무원에게 임금을 1.5배를 더 주기로 했다. 이에 더해 이번 달 15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결근이 없는 직원에게는 휴가철 성수기 동안 시간당 수당을 최대 3배까지 보장할 계획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시 이번 달 15일부터 내년 1월14일까지 연말연시 성수기에 근무한 승무원들에게 최대 1,400달러의 추가 임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임금 인상뿐 아니라 직원 채용시 학력과 경력 등 채용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미국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미용제품 소매업체인 더 바디샵은 구직자들에 대한 학력 요건과 신원 조회 절차를 철폐했다. 대형 약국 체인 CVS 헬스는 올해부터 신입사원 선발시 고교 졸업장 제시 조건을 폐지했고 대졸자의 경우 평균 학점 제출도 조건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 기업들의 눈물나는 사람 구하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인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핵심 연령 생산 인구인 25세에서 54세 임금 노동자들이 구직 시장에 복귀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조기 은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임금 노동자 중 4분의 1은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원 내 이직이나 퇴직을 고려하고 있어 구인난으로 갑과 을이 뒤바뀐 현상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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