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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워 오브 더 독(The Power of the Dog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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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황량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강렬하고 아슬아슬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독특한 서부 영화를 소개한다. 치밀하고 서정적인 연출로 이미 거장 반열에오른 뉴질랜드 ‘제인 캠피온’ 감독이  ‘토머스 새비지’의 1967 년 동명 소설을 토대로 각본을 쓰고 영화화 했다. 작년 베니스 영화제 대상 후보였고 감독상을 받았다. 특히 거칠고 오만한 외모와 위협적인 존재감 뒤에 고독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필’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압도적인 연기로 화면을 장악한다.

1925년 몬태나. 필과 조지 버뱅크 형제는 넓은 목장을 소유하고 있다.

예일대에서 고전 문학을 공부했고 미술과 음악에도 재주가 많은 필은 자신의 재능과 예술적 감성을 뒤로하고 거칠고 야성적인 목장일에 몰두한다. 필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목장에서 일하는 카우보이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필은 자신이 동경했는 멘토 ‘브롱코 헨리’의 일화를 자주 얘기한다.

버뱅크 형제와 카우보이들은 미망인 ‘로즈’가 아들 ‘피터’와 운영하는 마을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필이 피터의 가녀린 외모와 여성적인 행동을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만든다. 형과는 반대로 온순하고 친절한 조지는  로즈가 우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  조지는 로즈와 결혼한다.  피터는 조지의 도움으로 의과 대학에 진학하고 로즈는 남편을 따라 버뱅크 목장으로 들어온다. 자유롭던 필의 일상은 동생이 데려온 여자로 인해 균형이 흔들리고 필은 대놓고 로즈에게 싫은 감정을 보인다. 로즈는 필이 두렵고 신경쓰이는데 목장에서의 생활도 적응이 안되어서 몰래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여름방학이 되어 피터가 돌아오고 필과 카우보이들은 여전히 샌님같은 피터를 놀려 먹는다. 필은 피터가 목장 앞 산을 바라보다가 자신과 브롱코만 볼수 있었던 형상을 찾아 낸 것을 보고 그의 섬세함에 놀라고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 이후 필은 피터를 자신의 날개 아래 거둔다. 말 타는 것을 가르쳐주고 함께 사냥도 나간다. 아들이 필과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 불편한 로즈는 계속 술을 마신다. 필은 피터에게 소가죽을 길게 꽈서 로프를 만들어 주기로 약속한다. 로즈가 술에 취해 필의 소가죽을 전부 인디언들에게 주어 버리자 필이 폭발한다. 피터는 탄저병으로 죽은 소를 발견하고 고무 장갑을 낀채 가죽을 벗겨낸다. 필은 울타리를 치다가 손을 다치고 상처가 벌어진다. 피터는 로프를 만들어 주려는 필에게 자신이 벗겨 낸 가죽을 건넨다. 필은 밤새 로프를 완성시키고 병에 걸린다. 필의 장례식장에서 의사는 탄저병에 의한 것 같다는 소견을 밝힌다. 장례식 후, 술을 끊은 로즈의 평안함 모습을 본 피터는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영화가 끝나고 반전의 충격과 필에 대한 연민, 피터의 치밀한 악행으로 심리적인 여진이 오래 남는다. 총쏘는 액션없이 이토록 강렬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서부극이라니. 쓸쓸하고 아름다운 촬영이 기가 막히고, 소름끼치도록 영혼을 울리는 음악도 훌륭하다. 죽은 브롱코를 동경하고 잊지 못하는 필의 안타까운 사랑이 절제된 연기 속에서 사무치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피터의 창백한 매력은  강한 남자 필을 서서히 잠식한다.  ‘크리스틴 던스트’의 로즈, ‘제시 플레몬스’의 조지 등 모든 배우들의 앙상블도 뛰어나다. 넷플릭스에서 절찬 상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