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두표/시카고문인회
생각 없이 농담(弄談)삼아 실없이 웃음으로 한 말이 끝에 가서는 사실로 바뀐다는 뜻으로, 제목의 글자 중, ‘弄’(희롱할 롱)은 王(=玉; 구슬)과 廾(두 손)의 합자로 양손으로 구슬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사람을 실없이 가지고 놀리며 노는 것을 말하는 글자로, ‘농간’(弄奸)이란 남을 속이려는 간사(奸詐)한 짓을 말합니다. 이 말은 주(周)나라의 성왕(成王)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故事成語)로 군주(君主)의 말 한마디는 곧 법(法)이나 같은 시대에, 한번 뱉은 말을 농담이라며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옛날 주(周)나라는 성왕(成王)대에 이르러, 어린 왕을 보필하는 주공 (周公)이 실권을 잡고 있었는데, 그는 주나라의 정치가이면서, 은(殷)나라를 멸망시킨 무왕(武王)의 동생입니다. 그는 중국의 최고 정치가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형인 무왕을 보좌하였고 무왕 사후에는 야심을 갖지 않고 그의 어린 장자(長子)인 성왕(成王)을 보좌하면서 주나라 건국이후의 불안한 정국을 안정시켰습니다. 형인 무왕이 그를 노(魯)나라의 왕으로 봉하려고 하자, 아직 나라가 안정되지 못했다며, 자신의 아들인 백금(伯禽)을 대신 왕으로 삼고 자신은 남아서 주나라의 기틀을 튼튼히 닦았습니다. 주공은 강태공(姜太公), 소공석(召公奭)과 함께 주(周)나라 창업공신의 한사람인데, 어느 날 어린 성왕(成王)이 이복동생 숙우(叔虞)에게 오동잎을 주며, 말하기를 ‘이것으로 너를 왕(王)에 봉(封)하노라.’ 하였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주공(周公)이 ‘폐하! 경하(慶賀)드리옵니다.’ 하며 축하인사를 하자, 성왕은 ‘아니오. 지금 짐이 한말은 농(弄)으로 한말이오.’ 그러자 주공은 정색을 하면서, ‘천자(天子)가 말씀하시면, 우선 사관(史官)이 기록(記錄)하고, 이를 예(禮)로써 완성하고, 음악으로 노래합니다.’ 라고 아뢰었습니다. 훗날 성왕이 아직 왕위에 있을 때, 당(唐)나라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섭정(攝政)을 맡고 있던 주공(周公)은 즉시 군대를 보내 당나라를 아예 멸망시켜버렸다. 이때 성왕은 아우 숙우(叔虞)를 당(唐)의 왕으로 봉하여 다스리게 하여, 전에 했던 말을 실현 시켰습니다. 이후 숙우 왕의 아들인 섭(燮)이 국호를 진(晋)으로 바꾸어, 진(晋)의 시조(始祖)가 되었다. 이 고사는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말로 숙우는 성왕의 이복동생인데, 농담으로 한말을 진실로 이루게 한사람은 주공의 힘이 컸으며, 여기서 ‘가롱성진’(假弄成眞)이라는 고사성어가 유래되었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담(弄談)처럼 한말이 현실이 될 수 있으니 말 조심하라는 경고의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고구려 25대 평원왕(平原王 재위 559-589)에게는 평강공주(平岡公主)라는 딸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 자주 울자, 부왕은 그녀를 놀리려고 농담으로 ‘자꾸 울면 너를 바보온달에게 시집보낼 테다.’ 했었는데, 정작 공주가 16세가 되어 출가할 나이가되자, 상부(上部)벼슬의 고씨(高氏)에게 출가(出嫁)를 시키려고 하자, 공주는 ‘부왕께서는 항상 말씀하시기를 너는 온달(溫達)의 처를 삼겠다고 하시더니, 어찌 전에 말을 고치나이까? 한낱 필부(匹夫)도 거짓말을 하지 않거늘 하물며 일국의 지존(至尊)으로써 어찌 희언(戱言)을 하십니까?’ 하며 어릴 때 늘 들어왔던 온달을 찾아가 그의 처가 되었으며, 그를 훌륭한 장군으로 거듭나게 하였습니다.